​“사교육 이유? 채용에 출신대학이 중요”…‘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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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4-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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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력격차->소득격차, 소득격차->학력격차 악순환 고리 끊어야

  • 한양대 로스쿨, 출신학교 5등급으로 나눠

  • 하나은행, 채용과정에서 학교 등급 나눠 선발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입시·채용 분야에서 차별금지하는 법안 필요해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고통 해소를 위해 국회와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도종환 의원은 시민단체 교육을바꾸는새힘·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주최로 ‘교육고통 해소를 위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토론회를 23일 국회에서 개최했다.

이상민 국회의원은 환영사에서 “사교육비를 쓰는 이유는 남들보다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서”라며 “학생을 경쟁시키는 것이 아닌 각자 적성을 찾을 수 있는 첫걸음으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축사에서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등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이면에 뿌리 깊은 학벌주의가 있다”며 “오늘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축사에서 “출신학교가 합리적 근거 없이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 버렸다”며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고용이나 국가자격 부여에 있어 출신학교로 인한 차별문제 해소를 토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는 ‘학력·학벌 등 출신학교로 차별하는 것도 인간차별이자 인권침해’를 주제로 발언했다.

김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대학 간판’으로 인생이 결정되고 보수와 승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야만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서열화를 깨뜨리기 위해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도입과 함께 일부 사립대를 ‘공영형 사학’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진=윤상민 기자]

본 발제자로 나선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송 대표는 통계청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시행한 사교육의식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음의 항목이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는데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학부모는 ‘취업 등에 있어 출신대학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5년에 걸쳐 일관되게 가장 많이 응답했다. 통계청은 2014년부터 사교육의식조사를 중단했다.

송 공동대표는 “만약 출신학교로 자녀가 차별 받지 않고 능력대로 취업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수준으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며 “바로 이 때문에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우리 교육의 불합리한 경쟁과 제도를 개선할 수 잇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입시, 채용, 일상에서 출신학교 차별관행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교육여론조사를 발표했다. ‘대학졸업장 유무에 따른 차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59.7%)는 답변과 일부 존재하나 심각하지 않다(29.6%)는 답변을 합치면 응답자의 89.3%가 학력 차별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송 대표는 학벌차별에 대한 실제 사례로 △출신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 차별했던 한양대(2014년) △특정 대학 출신자 우대를 위해 면접점수 조작한 하나은행(2016년) △면접순위 조작 및 출신대학 등급제 운영한 하나은행(2013년) △출신대학 간 차등 점수 부여한 홈앤쇼핑(2013년)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입시와 채용 영역에서 출신학교 차별을 금지하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공공, 민간기관) 채용 전 과정에서 출신학교 정보를 블라인드함 △차별을 조장하는 광고·표시 금지 △차별 확인을 위한 정보 공개 요청권 확보 △실질적인 처분을 위한 벌칙 조항 등을 주요골자로 구성됐다.

송 공동대표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은 원래 ‘채용’과 ‘입시’에서 출신학교 차별을 막는 것이 원안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시급한 ‘채용’ 영역에서만이라도 이 법률이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학주 서울공고 학생회장은 “특성화고등학교에서도 출신학교 차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고졸자들이 억울한 일을 겪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사회적으로 차별이 엄연한데 입시만 바꾼다고 해결이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출신대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뿌리 깊은 문화를 없애려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나명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능력주의라는 한국 자본주의사회의 대원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며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더 큰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능력주의를 넘어서는 성실주의, 노력주의, 공동체주의를 사회의 우선 가치와 기본 원리로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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