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아멘!’ 몰리나리 울린 오거스타 ‘아멘 코너’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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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9-04-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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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의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지구촌 이슈가 된 마스터스. 올해 대회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가 펼쳐진 곳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아멘 코너’였다. 이번엔 우즈가 아닌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의 입에서 ‘오, 아멘!’이라는 탄식이 나왔을 수 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또 이곳의 진실은 무엇일까.
 

[마스터스가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아멘 코너' 12번 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티샷을 물에 빠뜨린 뒤 드롭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커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남쪽 구석에 있는 11번(파4), 12번(파3), 13번(파5) 홀을 아멘 코너라 부른다. 악명 높은 3개의 홀들이 너무 어려워 선수들의 입에서 ‘아멘’이라는 탄식이 나와 붙여진 이름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잘못된 상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멘 코너는 어려워서 붙은 악명이 아니다. 11번 홀은 어려운 것이 맞지만, 12번 홀과 13번 홀은 어렵지 않다. 특히 13번 홀은 매우 쉽다. 이 홀에서 이글이나 버디를 기록하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다. 실제로 이번 대회 마지막 날 우즈와 몰리나리도 이글 퍼트를 놓친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왜 아멘 코너일까. 유래는 1958년 마스터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널드 파머가 첫 그린재킷을 입은 역사적인 해다. 12번 홀에서 드라마틱한 사건이 벌어졌다. 밤새 내린 비로 공이 땅속 깊이 박혔을 때 무벌타 드롭을 허용하는 로컬룰을 적용했다. 파머의 티샷이 그린을 넘어 둔덕에 박혔다. 판단이 서지 않은 파머는 2볼 플레이를 했다. 박힌 공을 쳐 더블보기, 다른 공을 드롭해 파를 기록했다. 벌타를 받을 줄 알았던 파머는 13번 홀에서 기어코 이글을 잡았다. 이후 14번 홀 도중 경기위원회는 무벌타 드롭을 인정했고, 파머는 그 덕에 극적으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을 기록한 저명한 골프기자인 허버트 워런 윈드가 파머의 드라마틱한 우승 상황을 표현하면서 붙인 말이 아멘 코너다. 그가 대학 시절 즐겨 듣던 재즈곡 ‘샤우팅 앳 아멘 코너’(Shouting at Amen Corner)’에서 따왔다니 지금 돌이켜보면 황당한 일이다.

세월이 60여년이 흘러도 아멘 코너의 전설은 계속됐으니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올해 대회도 12번 홀에서 드라마틱한 승부가 펼쳐졌다. 힘겹게 2타 차 단독 선두를 지키던 몰리나리가 8번 아이언으로 부드럽게 친 샷이 그린에 다다르지 못하고 워터해저드에 빠져 결국 더블보기로 2타를 잃었다. 우즈는 9번 아이언으로 풀스윙을 시도해 안전하게 그린 한 가운데 올린 뒤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속으로 ‘오, 아멘’을 외쳤을지 모를 몰리나리는 이후 와르르 무너져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 기회를 놓쳤고, 우즈는 아멘 코너를 지나 다섯 번째 그린재킷을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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