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르 9·11 발언 후폭풍..트럼프, 反이슬람 폭력 조장 논란

윤세미 기자입력 : 2019-04-15 11:33
펠로시, "의회 경찰에 오마르 신변 보호 검토 요청"
민주당 소속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의 9·11 테러 관련 발언 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9·11 테러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올려 오마르 의원에 대한 비난에 가세하면서 논란이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폭력을 선동하지 말라며 강력 반발했다.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 [사진=AP·연합뉴스]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논란이 된 오마르 의원의 발언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 행사에서 나왔다. 약 20분에 걸친 연설 중 9·11 테러 이후 미국 내 무슬림의 처우에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었다.

당시 오마르 의원은 “우리(무슬림)는 너무 오랫동안 2류 시민으로 분류되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왔다. 솔직히 나는 이제 지쳤다. 이 나라 모든 무슬림 역시 지쳤을 것이다. CAIR는 9·11 테러 후에 설립됐다. 몇몇 사람들이 뭔가를 했고 그 이후 우리 모두에게 시민의 자유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기 시작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중 도마에 오른 발언은 “몇몇 사람들이 뭔가를 했다(some people did something)”는 부분이었다. 30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내고 미국인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9·11 테러 사건을 마치 몇몇 사람들의 일탈에 의한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치부했다는 비난이 보수 진영에서 쇄도했다. 또 CAIR는 9·11 테러가 발생하기 7년 전인 1994년에 설립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해 확인됐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가 오마르 의원의 발언을 집요하게 보도했고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소속 로나 맥대니얼 위원장은 오마르 의원을 “반(反)-미국”으로 묘사하며 날을 세웠다. 보수 성향 미국 타블로이드 신문인 뉴욕포스트는 지난 11일 오마르 의원을 겨냥해 신문 1면을 9·11 테러 당시 화염에 휩싸인 세계무역센터 사진을 실으면서 “자, 여기 당신이 말한 뭔가다”라고 적기도 했다. 뉴욕포스트에 찬사를 보낸 사람들도 있었지만 자극적인 9·11 사진을 이용한 것은 부적절하며 이슬람 혐오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사진=뉴욕포스트]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12일 트위터를 통해,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가 불타는 장면과 오마르 의원의 연설이 교차 편집된 43초짜리 영상을 실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오전까지 이 트윗을 자신의 계정 가장 윗부분에 고정해두기도 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과 분열을 부추기면서 여성 의원을 상대로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실제로 오마르 의원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의회경찰에 위협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마르 의원을 거들었다. 펠로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무례하고 위험한 영상을 즉각 내리라”고 요구하면서, 의회 경찰에 오마르 의원과 가족, 참모에 대한 신변 보호 검토를 요청했다고 알렸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오마르 의원에 대한 공격은 “비열하고 위험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과 혐오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오마르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전략에 이용 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앤드류 길럼 전 탤러해시 시장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단지 오마르 의원을 향한 게 아닌 것 같다”면서 “오마르 의원은 유색인이자 무슬림이다. 미국인의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재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색인종과 자신의 지지세력의 편 가르기를 꾀하는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마르 의원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그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를 겨냥해 이스라엘에 충성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해 반유대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오마르 의원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엔 오마르 의원은 사과하지 않을 태세다. 오마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침묵하기 위해서 하원의원에 출마한 게 아니다"라면서 "모든 미국인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동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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