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이냐, 조기총선이냐...美월가에서 본 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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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04-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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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만·JP모건 '노딜' 가능성 15%...도이체방크·UBS "조기 총선 불가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행로가 '시계제로' 상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간신히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영국 의회가 번번이 퇴짜를 놓으면서다. 영국 의회는 합의안을 세 번이나 부결시켰다. 합의안의 차선책으로 마련한 8개 대안과 4개 대안에도 '노(No)'를 외쳤다.

당초 지난달 29일이었던 브렉시트 시한은 일단 오는 12일로 미뤄진 상태다. 메이 총리는 2일(현지시간) 저녁 낸 성명에서 시한을 좀 더 연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히는 합의 없는 브렉시트,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지만, 영국 의회의 협조 아래 EU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국 월가 투자은행들도 브렉시트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세계 경제의 위협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날 낸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초래한 비용에 주목했다. 영국이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매주 발생한 비용이 6억 파운드(약 8942억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전체로는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이른다.
 

[사진=EPA·연합뉴스 ]


골드만삭스는 영국과 EU의 향후 정치·경제적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이야말로 영국 경제가 치를 진짜 비용이라며, 다른 나라들에도 이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노딜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파운드화 가치가 17%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 가능성(15%)은 상대적으로 낮게 봤다. 대신 '노 브렉시트', 즉 브렉시트가 아예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35%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JP모건은 영국 의회가 '보다 온건한(softer) 브렉시트'에 공감대를 모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여러 대안 가운데는 영국이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30%로 가장 높다고 봤고, 브렉시트 시한을 장기간 연장할 가능성은 20%로 가늠했다. 2차 국민투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각각 15%쯤 된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은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이 강경해지면서 노딜 브렉시트 쪽으로 기울고 있는 데 주목했다. 보수당 의원 약 200명이 메리 총리에게 '잘 관리된 노딜 브렉시트'를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그룹은 그러나 영국 의회가 메이 총리를 몰아내고 조기 총선을 치르면 불확실성만 더 키우고,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분리주의자들의 세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SNP는 1930년대부터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지지해왔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영국이 오는 12일 합의 없이 EU를 탈퇴할 가능성을 20%에서 25%로 높여 잡았다. 이 은행은 전날 같은 이유로 파운드화에 대한 약세 전망을 내놨다. 같은 날 85.61펜스 수준이던 파운드/유로 환율이 곧 90펜스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로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5% 넘게 추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도이체방크가 30%의 가능성을 견주고 있는 기본 시나리오는 의회가 어떤 합의를 해도 영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총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도 영국이 조기 총선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브렉시트가 초점이 될 수밖에 없는 조기 총선은 야당인 노동당이 아닌 보수당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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