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향좌 전환한 슬로바키아...브렉시트·난민 등 EU 고민 덜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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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3-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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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로바키아, 반부패 진보정당 소속 첫 여성 대통령 탄생

  • 변호사 출신 정치신인...동성결혼 허용 등 진보공약 눈길

  • 브렉시트 등 분열 양상 EU...슬로바키아 입장 변화 주목

슬로바키아 대선 결과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변호사 출신 주사나 카푸토바가 그 주인공이다. 오랜 환경 운동과 부패 척결 의지로 민심의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진보정당 후보로서 1차 투표와 결선 투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면서 극우 성향의 집권 여당이 참패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EU) 입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다.

◆反부패·동성 결혼 허용...'진보 진영' 후보자의 승리 

BBC 등 외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진보정당 '진보적 슬로바키아' 소속의 카푸토바 후보가 60%에 가까운 득표율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을 확정했다. 여당의 지지를 받던 상대 후보이자 유럽연합(EU) 유럽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로스 세프쇼비치 후보는 득표율 40%를 얻는 데 그쳤다. 카푸토바는 지난 16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도 40.6%의 득표율로 13명의 후보 중 1위를 차지했다. 

올해로 45세인 카푸토바 당선인은 변호사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나 공직 경력은 없는 정치 신인이다. 다만 지난해 기자 살해 사건과 정권의 부패 의혹을 추궁한 것을 계기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탐사보도 전문 기자 잔 쿠치악이 슬로바키아 정치인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간 유착 관계를 취재하다 피살된 이후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특히 마피아와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인사 중에는 로베르토 피초 전 총리의 측근은 물론 검찰 2인자인 차장검사 등 정치인들 상당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부패 공약을 내세운 카푸토바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주사나 카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 당선인이 30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당사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카푸토바는 14년간 수도 브라티슬라바 인근의 고향 마을 페지노크에서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를 두고 투쟁하면서 변호사로서의 명성을 쌓기도 했다. 이후 대법원이 매립 불허 판결을 내리면서 2016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인 '골드만 환경상'을 받기도 했다.

슬로바키아에서 실권은 총리에게 있고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다. 다만 내각 구성 승인권과 헌법재판관 임명권 등 중요한 권한을 갖고 있다. 카푸토바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은 6월 15일에 예정돼 있다.

◆EU 포퓰리즘에 제동 거나...5월 유럽의회 분수령

EU 입장에서도 이번 슬로바키아 대선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난민 문제 등이 EU 내 의견차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상당수 EU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해온 슬로바키아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다른 EU 회원국의 의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탓이다.

그동안 집권해온 극우정당 슬로바키아국민당(SNS)은 영국이 찬반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확정하자 슬로바키아도 EU 탈퇴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후 네덜란드 극우정당도 같은 입장을 표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비롯해 심지어 독일까지도 반(反)이민 정책을 바탕으로 하는 극우세력이 돌풍을 일으면서 EU 내 분열도 가속화됐다.

브렉시트에 대한 슬로바키아의 입장도 주목된다. 당초 영국은 EU의 '미니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본래 3월 29일 EU를 떠나야 했으나 내부의 정치 분열로 인해 탈퇴 일정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일단 4월 12일까지는 시간을 벌어둔 상태지만 브렉시트를 장기 연기하려면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의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 이탈리아와 폴란드, 헝가리 등이 브렉시트 연기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슬로바키아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EU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더해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사진=신화통신]



EU의 분열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00년대에 들어 기존 회원국인 서유럽 국가들에 더해 중앙유럽 국가들까지 가입하는 등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가지 이해 충돌이 나타난 탓이다. EU 정책에 불만을 품은 여론을 이용,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난민 문제 등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운 극우 우파 정당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현상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2017년부터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이탈리아 등에서 난민 문제를 앞세운 극우 민족주의 정당들이 주요 선거에서 세력을 떨치기 시작했다. 유럽의회가 5월 23~26일 선거를 통해 7월 초 임기를 시작하는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가운데, 카푸토바의 당선을 계기로 유럽 내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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