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카드사, 변화의 능력을 발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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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기자
입력 2019-02-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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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생물 계통은 크게 8단계로 분류된다. 그중 말단에 해당하는 것이 속(屬·Genus)과 종(種·Species)이다. 인류는 호모 속(Homo Genus)에 속한 호모 사피엔스 종(Homo Sapiens Species)이다.

호모 속에 속하는 종은 네안데르탈렌시스, 에렉투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데니소반스 등 15개가 넘는다. 하지만 지금은 사피엔스밖에 남지 않았다. 사피엔스라는 책을 쓴 '유발 하라리'는 "현존 인류의 가장 강력한 성공요인은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언급했다.

2014년 이후 핀테크 활성화 정책과 함께 다양한 간편결제가 출현했다. 2018년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90%에 육박하는 한국에서는 이미 신용카드 결제와 함께 간편결제가 보편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업체들과의 경쟁과 협력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간편결제 형태인 PG사의 신용카드 이용 비중을 보면, 2014년 70%에서 2018년 80% 수준으로 높아져 현재 협력 모델을 통한 카드사의 생존전략은 아직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속가능한 공존 모델이 작동하기까지는 인류 역사와 같이 크고 작은 전쟁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로페이의 출현은 기존의 간편결제 업체들과 다르다. 협력이 아닌 경쟁만이 존재하는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동종(同種)이 아닌 이종(異種) 간의 전쟁과 유사해 보인다.

현재 수수료 및 서비스 구조상 제로페이와 카드사가 협업하고 공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제로페이는 정부가 직접 공공의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하면서 민간영역에 진출한 것으로, 정부 지원을 활용한 다양한 감면 혜택이 예상되는 바 카드사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카드사는 사피엔스 종(種)의 성공방식인 빠르게 변화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왔다. 카드사는 제로페이보다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원시인류의 행동패턴이 수십만년 동안 고정된 것과 달리 사피엔스는 불과 10년 만에 사회구조 등의 행태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 이로 인해 이들이 최후 생존자가 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카드사들도 빠르게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변화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곧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로 인가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과 관련 없어 보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카드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카드수수료 문제에 에너지를 소진하다 보니 변화의 동력이 무뎌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서 전자상거래, 물류, 크라우드 컴퓨팅, 오프라인 점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그리고 우주 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을 추진하는 에브리싱 컴퍼니(Everything Company)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도 모든 영역의 가능성을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현재 카드사는 전에 없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작년 11월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인하되는 카드수수료로 인해 카드사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될 금액만 연간 8000억원이다. 이는 일회성 요인이 아닌, 지속적인 카드사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 지속,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 국내 소비둔화 등 대내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특히, 카드사의 핵심 수익원인 카드수수료에 대한 자율성 침해는 카드사의 장기적인 수익성 유지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도 이제 현 상황에 대한 면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카드수수료 문제를 매듭짓고 변화를 추구하여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변화하는 능력을 통해서 최후에 승자가 된 것처럼 카드사도 디지털 시대의 변혁을 통해서 최고가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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