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순환형 물관리는 상·하수도 통합관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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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경제부 부장
입력 2019-02-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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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호 대한상하수도학회장]

 

배재호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인하대학교 교수)

도시의 중요 기반시설인 상·하수도 시설은 런던·파리 등 대도시에서 19세기 후반부터 정형화돼 작게는 하수 및 분뇨 등을 피하기 위해 사용됐던 하이힐을 멋을 위한 도구로 변모시켰고, 크게는 인류 수명 증가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단 한 세기 동안 상·하수도는 수원(水源)으로부터 도시까지 물을 이송한 후 수질기준에 맞도록 처리해 공급하고, 사용한 물을 하수관으로 모아 처리시설에서 수질기준에 맞게 처리해 공공수역에 방류하는 ‘선형(linear)’적인 방법을 사용해 왔다.

이 같은 선형적 물관리 방법론은 지구상에 인구가 적고 도시화율이 낮았던 시기에는 공중보건과 침수방지를 위해 적합한 방법이었지만, 세계인구가 100억명에 이르게 되는 2050년에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물관리 시스템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해 21세기는 음용수 공급을 최소화하고 비음용수는 물 재생과 빗물 활용 등을 통해 확보하는 순환형 물관리 시대로 변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재 대규모 하수처리장들은 지역별로 분산된 소규모 하수처리장으로 전환해 필요한 곳에서 바로 재생수를 공급하고 물순환을 위한 에너지 비용도 절감해야 한다.

물 재생과정에서는 물뿐만 아니라 질소와 인 그리고 유기물을 자원으로 회수해야 한다. 인구 증가에 비례해 암모니아 및 인의 요구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암모니아 생산에 드는 높은 에너지 사용과 인의 부존량 제한에 따른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져 자원회수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하수에 포함된 유기물을 산화시키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기물을 메탄 형태의 에너지로 회수하는 기술이 적용될 것이다. 음용수 공급 최소화를 통해 얻어진 수자원은 친수공간 조성에 활용함으로써 도시경관 개선과 쾌적성을 제공할 뿐 아니라 도심 열섬효과를 저감하는 녹지 확보 등 다양한 형태로 도시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하수처리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고 방류수 수질기준도 비교적 엄격하게 설정돼 있어 하수처리장은 점오염원으로서 비중이 높지 않다. 그러나 강우 시 빗물과 함께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미처리 하수로 인한 오염물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오염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우 시 하수관거 월류수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하수관거도 개선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산업폐수도 물순환에 기여할 수 있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개별 산업체의 몫이므로, 공공기관은 배출되는 폐수를 성실하게 관리하면 된다.

미래의 순환형 물관리를 위해서는 상수도와 하수도 통합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상·하수도는 도시 기반시설로 관을 통해 물을 이송하고 원하는 수준으로 처리하기 위한 처리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으며, 공공기관이 이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매우 높다.

현재 자산가치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하수도의 장기적인 유지 관리는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비용 및 관리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또한 물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그 핵심 요소인 상·하수도가 통합관리돼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 관할 하에 여러 개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는 수도정비기본계획, 하수도정비기본계획, 물재이용기본계획 등은 효율적인 물순환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환경부에서 통합물관리에 따른 조직개편안으로 상수도와 하수도를 분리해 각기 다른 단위조직에 편입시키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순환형 물관리 시대에 역행하는 염려스러운 일이다.

통합적인 관점을 제한하는 것은 상수·하수·빗물을 따로 보는 오래된 교육체계, 전문기관과 설계회사 등 타성적 업무분할체계도 한몫하고 있다. 이러한 분리체계를 바로잡으려면 중앙정부의 조직체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편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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