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4차산업혁명시대, 암호화폐와 국민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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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8-12-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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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어느덧 달력도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연일 송년회의 가능 일정을 묻는 연락 속에 벌써 한 해가 다 저물어간다는 후회보다는 올 한 해를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말부터 이어져온 비트코인의 열풍이 2018년 한 해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수업 중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 그 귀결은 암호화폐로 넘어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예상은 빗나갔다. 작년만 하더라도 수업 중 일부 학생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문의할 때만 하더라도 어두운 경제에 대한 치기 어린 일탈 정도로 치부하는 수준이었다. 어느덧 암호화폐는 대중화되고 컴퓨터를 잘 모르시던 주변 어르신분들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기대감은 두려움으로 변하였다.

예상컨대, 정부 역시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선 것은 아닐까? 정부의 개입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되었다. 많은 분들은 정부의 섣부른 개입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이 동력을 잃었다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흐른 만큼, 암호화폐의 시세하락은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는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 우선, 암호화폐의 열풍으로 현재까지 등록된 전세계 암호화폐는 약 1600종에 이른다. 상식적으로 발행은 점차 늘어나는데 돈의 유입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상승 유인은 사라져 버린다. 공급은 많아지고 수요는 부족하니 암호화폐는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호화폐의 발행은 왜 이렇게 급속히 증가하였을까?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가장 먼저 발행된 만큼 이후 화폐로서의 거래과정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되었다. 대표적으로 느린 거래속도, 시스템의 과부하와 높은 수수료 등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 많은 걸림돌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검증된 지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다양한 암호화폐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암호화폐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문제 발생 시 작은 문제라면 금방 수정이 되겠지만, 문제가 크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 증가와 더불어 블록체인의 기능이나 보안상 문제가 생겼고,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새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블록을 갖고 있는 모두가 새 시스템의 도입에 합의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비트코인의 관심과 성장은 새로운 주도권 다툼이라는 문제를 유발하였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은 오랜 갈등 끝에 11월 비트코인(BTC)과 비트코인 캐시(BCH)로 분리되었다. 업그레이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던 두 진영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 암호화폐가 생기면 기존 블록체인 참여자들 역시 현재 보유한 암호화폐만큼 새 암호화폐를 갖게 된다. 갑자기 비슷한 성격의 암호화폐가 늘어나게 되는 것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비트코인의 *하드포크(Hard fork) 사태는 비트코인 계열 암호화폐가 존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불거졌고, 투자자의 대량 매도로 이어졌다. 더군다나 그 사이 거래소들이 해킹을 당하게 되면서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중요요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12월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상황도 변하여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커뮤니티에서조차 당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아니었다면 피해자가 늘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에 대한 꿈을 개인의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표현하는 내용의 글도 눈에 띈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을 정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기서 안주하기보다는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작년 12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가상화폐규제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 라는 글이 올라왔다. 당시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대해 꿈을 잃은 젊은이와 국민들의 경제적 허탈감을 담은 청원은 약 22만명이 넘는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처럼 올해 초까지 비트코인은 국민들에게 행복한 꿈이었을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행복한 꿈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다시금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마 더 이상 비트코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연말이 되어도 경제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새롭게 시도하였던 경제정책은 실패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꺾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행복은 경제성장에서만 오는 것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우리 정부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성장이었고, 이로 인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 중에 하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비슷한 수준의 GDP를 가진 나라 중에서도 가장 불행한 나라 중 하나이다.

개인심리학을 주장한 심리학자 아들러(Adler)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 대해 항상 탓할 누군가가 있다는 부분에 주목하였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경제성장은 국민들에게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일까? 오히려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지 고민된다면, 그 판단기준과 최종 목표는 국민 행복이어야 한다. 국민이 행복한 방식으로 경제도 성장하고, 정책들도 집행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비판과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책임짐으로써 국민 모두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하드포크(Hard fork): 포크란 말 그대로 찍어내는 기술로 블록체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인을 두 갈래로 나누어 버리는 것을 의미함. 기존 체인을 포크하여 업데이트 후 체인을 계속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체인을 버리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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