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산이'는 에베레스트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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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12-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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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산이 페이스북]


래퍼 산이(33·정산)가 지난 3일 신곡 '웅앵웅'을 공개했다. 이 곡에는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와 '메갈리아(메갈)'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래 가사에는 "나를 향해 겨냥해 맞춘 돼지 인형엔 죽어라고 써있네 빈정대며 가운데 손가락 놀리며 산하다 추이야"라는 구절이 있는데, '산하다 추이야'는 '산이야 추하다'는 뜻이다.

산이의 신곡에 이런 가사가 등장한 이유는 2일 열린 '브랜뉴 이어 2018' 콘서트'에서 엿볼 수 있다. 산이가 무대 위에 올라서자 야유와 혐오 발언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안티 팬들은 공연을 거부하고 '산하다 추이야'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돼지 피규어를 던졌다. 산이는 "여러분 내가 싫으냐"며 "저는 여러분이 좋다. 혐오 대신 사랑으로 함께하자.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 소리쳐라"며 호응을 유도했지만 관객 반응은 싸늘했다.

산이는 안티 팬들을 향해 "내가 분명히 시작할 때 ‘사랑으로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여러분은 비매너적인 행동을 했다"며 "돈 주고 들어왔다고 음식점에서도 깽판을 칠 수는 없는 것이다. 갑질 하지 않는 팬 문화를 원한다"고 외쳤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산이는 "여러분이 아무리 공격해도 저, 하나도 관심 없다. 저는 정상적인 여성들을 지지한다. 남성을 혐오하는 워마드, 메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안티 팬들은 비싼 공연비용을 들이며 공연을 훼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는 지난달 15일 발생한 이수역 폭행 사건 영상을 개인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올리고 '페미니스트'란 제목의 곡을 기습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곡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산이는 여성 혐오나 안티페미니즘 곡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공연 영상이 공개된 이후 산이의 언행이 잘못됐다는 의견과 그를 지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일부 남성 팬들은 사회적 문제를 제대로 짚어줬다며 "에베레스트보다 높은 '산이'"라며 그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국 힙합계를 들여다보면 여성 비하 정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래퍼 블랙넛은 래퍼 키디비를 성희롱하는 내용의 곡을 발표한 적도 있다. 이런 행동을 '스웨그(자기 과시)'라 표현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낮다고 진단한다. 종교인들이 각기 다른 신을 생각하듯, 우리 사회도 개인마다 페미니즘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신곡 '웅앵웅'이 최근 불거진 남성과 여성 간 혐오를 부추기는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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