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20억 달러 투자금 어디에 쓰이나…대형 유통업체도 '바짝'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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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8-11-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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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접 취급 물품만 400만종, 오프라인 채널보다 80배 많아…"이커머스 판도 바뀌나"

쿠팡이 2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또 한번 유치하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쿠팡이 이커머스를 넘어 인터넷 혁신 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새로 수혈한 자금은 결제 플랫폼과 물류 분야 등 새로운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며,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까지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0억 달러 투자 결정 이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쿠팡]


쿠팡은 2015년 6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 받은 데 이어 지난 20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500억원)를 투자 받았다. 세계 5위인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2022년 세계 3위 시장이 될 것으로 점쳐진 가운데, 국내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쿠팡의 성장 잠재력을 소프트뱅크가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김범석 쿠팡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아닌 인터넷 혁신 기업으로 변모하는 쿠팡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중국과 미국에 이어 셋째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2010년 설립된 쿠팡은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로 꼽힌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6846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종 업체인 위메프(4731억원)와 티몬(3562억원)과 비교해보면 6배 정도 차이가 난다. 오픈마켓인 이베이(9518억원)와 견줘도 세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쿠팡은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쿠팡은 올해 인천 덕평 등 메가 물류센터를 포함해 전국 60여 곳의 물류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이는 축구장 151개 면적에 달하는 규모다. 이곳을 통해 하루 수백만개의 로켓배송 상품이 배달된다. 고객이 원하는 물품을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받아볼 수 있는 '새벽 배송'도 물류 인프라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내년에는 새로 받은 투자금을 활용해 물류 인프라를 두 배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적 자원도 대폭 확대됐다. 2015년 5500명 수준이던 쿠팡의 직·간접 고용 인원은 올해 2만4000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 중 로켓배송 전담 인력인 ‘쿠팡맨’은 3600명 정도다.  

쿠팡의 소프트웨어인 '클라우드 인프라' 역시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한목했다. 클라우드 인프라는 하룻밤 사이 고객이 두 배 이상 늘어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결제시스템인 로켓페이도 원활한 결제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로켓페이로 해마다 수조원이 안전하게 결제되고 있고, 연간 200%씩 고속 성장하는 추진체 역할을 하고 있다. 

쿠팡은 기존 이커머스 시장을 벗어나 국내에서는 카카오나 네이버, 해외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아마존·구글처럼 인터넷 혁신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새 비전을 제시했다.
 
쿠팡은 신규 투자금 지출 계획에 대해 "그간 물류 인프라 확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고객 중심의 이커머스 기업으로서 다양한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며 수많은 혁신을 이뤄냈다"며 "지금보다 더 광범위하고 빠른 신규 사업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결제)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며 "고객에게 '쿠팡은 꼭 필요한 존재'로 각인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넘어 대형 유통업계도 '비상'··· 비치된 물품만 80배 차이
쿠팡이 신규 투자금을 물류와 결제 플랫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쿠팡이 '없는 물품'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치된 물품을 구경하고, 가격이 좀더 싼 온라인·모바일에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소비자는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석한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1년 전보다 6.2% 증가한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 채널(3%)보다 온라인 유통 채널(13.2%)에서의 매출 증가율이 4배 이상 높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쇼핑을 찾는 소비자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채널에서의 매출이 급성장했다"며 "전체 온라인 부문 매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8월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치된 제품 종류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에서 8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직접 취급하는 물품 가짓수는 400만여개로 다양하다"며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롯데는 6만여개, 이마트는 4만~5만개의 물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하면 쿠팡의 물품 가짓수는 80배 정도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온라인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롯데는 유통 온라인몰을 통합하는 데 3조원을 투자,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신세계 역시 1조원을 투입해 내년 초 온라인 신설 법인을 출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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