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복지 新견문록 ③연금 케어] 늙어가는 복지 천국…재정난·기금 고갈로 ‘연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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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스웨덴)·베를린(독일)·암스테르담(네덜란드)= 석유선 기자
입력 2018-11-2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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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빈곤율 최저’ 네덜란드, 사실상 정년 연장으로 재정고갈 대비

  • 독일, 수시 개혁과 함께 사회안전망 강화…스웨덴, 사각지대 최저연금 지원

독일의 한 노부부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귀가하고 있다. 독일도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 제도를 수시로 개혁하고 있다.[사진=석유선 기자]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우리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마틴 퀴네(Maarten Keune) 암스테르담대 법학부(사회보장·노사관계) 교수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노인 빈곤율(1.4%)이 세계 최저 수준인 네덜란드도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연금 재정에 대한 부담이 크다. 현재 네덜란드 국민 1700만명 중 만 66세 이상 노인(300만명)이라면 누구나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전체 연금(약 400억 유로) 규모 가운데 90% 이상이 노령연금에 쓰인다. 네덜란드에 50년 이상 거주했거나 소득 활동을 했다면, 홀몸노인은 월 1180유로(약 150만원), 부부는 각각 814유로(약 105만원)를 받는다.

이 덕분에 전체 노인빈곤율은 매우 낮지만 네덜란드도 기금 고갈과 재정난 해소를 이유로 연금 수령 연령을 손봐왔다. 이에 따라 2021년에는 67세3개월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매년 기대 수명 등을 평가해 연금 수령 연령을 결정하는데, 보통 4년 후까지 미리 계산하고 있다. 연금 개혁 합의 과정에서 불만도 나왔다. 퀴네 교수는 “사실상 정년을 늦추는 것이라 ‘언제까지 일을 더 해야 하나’ 등 노조의 반발이 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네덜란드 국민들은 연금 개혁 과정에서 바세나르 협약을 이끈 특유의 ‘합의 정신’을 활용했다. 결론을 내리는 데 꼬박 20년이 걸렸다. 글로벌 경제 위기,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더 늦게 받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빔 베르베네(Wim Vervenne) 네덜란드 사회보험청 매니저는 “합의하면 따르는 것이 네덜란드의 룰이며 번복은 없다”고 말했다.

네델란드 국민들은 퇴직 후 노령연금으로만 살아갈 수 없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지원을 받는 ‘다층 연금 체계’ 속에 있다. 노령연금 외에 직역연금, 개인연금 등 사회안전망의 테두리가 튼튼한 것. 때문에 소득의 최대 52%를 세금으로 내도 다들 ‘네덜란드 룰’을 따른다.
 

네덜란드의 한 노부부가 중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네덜란드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나, 노령연금의 기금 고갈을 우려해 67세로 수령 연령을 늦춘 상태다. [사진=석유선 기자]


1889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한 독일 또한 2000년대 이후 수시로 연금 개혁을 하고 있다. 당시 사민당과 녹색당 연합정부는 공적 연금 보장률을 축소하는 개혁안을 단행했다. 대신 정부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리스터 연금’을 도입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강화키로 했다. 이는 2005년 사민당의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하지만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연금 개혁 덕에 독일이 통일 이후 가장 좋은 경제 호황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10월 현재 독일의 실업률(계절조정치)은 5.1%로 1990년 10월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완전고용에 근접해 있다.

독일은 보험료를 계속 올리는 대신 연금 수급액을 지속적으로 내리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 중이다. 2000년대 초반 19%였던 보험료율은 2020년 20%, 2030년 22%로 인상될 예정이다. 반면 소득대체율은 2020년 46%, 2030년 43%로 낮아진다. 65세인 연금수급 개시 연령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67세로 늦춰진다.

대신 독일은 주정부(지자체) 차원의 사회적 안전망을 튼튼히 하고 있다. 평균 소득의 60% 이하로 잡는 빈곤층을 상대로 주거비와 의료보험료 등을 지원한다. 또한 잡센터(지역 고용센터)를 중심으로 꾸준히 일자리 알선도 하고 있다.

베를린 미테 지역의 루츠 마니아(Lutz Mania) 잡센터장은 “독일에서 50~60세에 은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연금수급 연령에 준해 은퇴를 하고, 은퇴 후에도 최소 소득 보장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 천국인 스웨덴 또한 연금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연금 제도는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소득비례공적연금(IP), 기업연금(직역연금), 개인연금(PP) 등 3층 구조다. 이를 모두 합쳐 개인별로 기존 소득의 70∼80%를 연금으로 받는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의 경우, 스웨덴 연금청이 매년 2월마다 연금의 재정상황에 따라 지급 액수를 조정한다. 부채(지불한 연금액) 대비 자산(기금 총액) 비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연금 지급액을 줄이고, 이후 비율이 1 이상으로 올라갈 때까지 서서히 올린다. 재정이 악화되면 연금액을 줄이고 회복 수준을 보면서 연금액을 증액하는 방식이다.

2010년, 2011년, 2014년 세번이나 연금 감액이 이뤄졌지만 반발은 적었다. 연금액을 줄이는 대신 여타 세금을 인하해 실질소득의 감소를 보완했기 때문이다. 올레 세테르그렌(Ole Settergren) 연금청 이사는 “반발은 있었지만, 연금 고갈 가능성을 국민들이 대부분 이해해 제도 변화를 수긍했다”고 전했다.

스웨덴도 연금 사각지대의 국민들을 케어하고 있다. 연금만으로 생활이 힘든 저소득층에겐 ‘최저보증연금(GP)’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세테르그렌 이사는 “소득이 전혀 없더라도 50년 이상 스웨덴에 거주했으면 GP를 받을 수 있고, 홀몸노인이 아니라도 사회부조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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