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제로 파킹을 향해 나아가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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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대표
입력 2018-08-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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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대표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대표.


향후 도시민들은 주차장과 자동차 소유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환승교통과 걷기, 자전거, 개인용 스마트 이동수단, 탑승 호출, 탑승 공유, 당일 배달 서비스 등이 확대되고, 특히 자율주행 택시 이용이 늘어나면서 빨라질 전망이다. 도시에서 건물을 짓는 비용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향해 계속 오르고 있다.

건축비는 도시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3분의2 수준에 이르면서 주택 평형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전체 가구 수는 계속 늘어나면서 도시의 개발 밀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전통적인 주차비율에 계속 집착하면 어쩔 수 없이 주차공간도 늘어나면서 혼잡은 가중되게 된다.

주차장을 없애거나(No parking) 줄이는(Low parking) 개념은 건축비 절감에 큰 기여를 한다. 지금 주차 한 대당 건축비는 7000만원(지하 주차장 11평 기준) 수준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우도 5만 달러(약 55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해결책으로 미국 지자체들은 대중교통이 많은 입지에서는 주차장을 줄이거나 없애는 정책을 펴기 시작하였다.

주차장이 줄어들면 차량 이동이 줄어들면서 인프라 유지 비용도 줄어든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주차장이 오히려 자동차 교통량과 교통체증을 유발한다고 보고 주차장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종래에는 교통체증 원인이 주차장 부족으로 빈 주차장을 찾아다니는 자동차들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해 친주차장 정책을 폈었다.

절약한 주차장 건축비로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다른 시설을 공급할 수 있다. 특히 대중교통이 발달한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들은 자가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차장 절약 비용으로 주택공급을 늘리거나 보육·문화·공원·창업 등의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적절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연방정부가 주는 세금혜택보다 오히려 제로 파킹(Zero Parking) 정책이 수익성 확보와 주민들의 주택 충족에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대출기관들도 환승 교통이 많은 입지에서는 주차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주차장 수요를 사전에 조사하면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주차장 절약으로 오히려 돈이 되는 건물 공급이 추가로 가능해지면서 찬성하는 대출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주차장은 추가로 돈 내는 옵션일 뿐이다.

노 파킹(No parking)과 로 파킹(Low parking) 정책은 교통 환승이 풍부하면서 고밀도 개발 입지에서 효과가 높다. 샌프란시스코시 고밀도 입지에서는 주차장이 줄어들면서 교통혼잡·대기오염 감소는 물론 지역문화가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 이런 현상에 부동산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와 평생 살아온 베이비부머조차도 자가용의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다. 특히 자녀들을 독립시킨 부부들 중에 도시에 살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돈 잡아먹는 주차장과 자가용을 구태여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에서 걸어 다니면서 즐기고 놀 수 있는 거리를 더 찾고 있다.

사업성이 부족한 개발 사업도 주차장을 없애거나 줄이면서 사업성이 개선되고 있다. 주차장이 사업성 여부의 판단 기준인 셈이다. 주차장이 줄어든 주택단지는 오히려 공급가격이 인하되기에 좋아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노 파킹 아파트를 선호하는 개발업체조차도 분양이나 임대가 잘 안 될까봐 여전히 전통적인 주차비율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20~30대 독신여성들 중 일부는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범죄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그러나 오히려 주차장 범죄율이 더 높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자동차는 지금이나 미래에도 계속 사용되겠지만, 자가용 소유가 계속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 사용과 주차장 필요성은 확실히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 탑승 호출, 탑승 공유, 그리고 개인용 스마트 이동수단은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게 도시를 점령할 전망이다. 그러면서 주차 필요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시는 그동안 길거리 노상주차장을 제공하는 데 신경을 썼지만, 지금은 보행로와 자전거 길, 도시공원, 전철역, 버스정류장, 하역 공간, 탑승공유 정류장 등을 우선시하고 있다.

결국 도시 내 건물이나 공동주택에서 개별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시절은 이제 한물 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아마도 20년 안에 개별 주차공간에 대한 논쟁은 아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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