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접고 독일 간다던 안철수, 마포 사무실 오가
  • 폐쇄한다던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에서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회동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서울 마포구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김도형 기자]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6·13 지방선거(서울시장 후보)에서 연거푸 참패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독일로 출국하겠다"고 밝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여전히 '물밑 정치'를 하는듯 하다.

안 전 대표는 2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싱크탱크 미래'(이하 미래)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자 당황한 듯 자리를 피했다. 그는 건물 비상계단으로 도망쳤고, 기자는 안 전 대표 측근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지난 6월 13일 서울시장 선거를 3위로 마친 안 전 대표는 한 달 만인 7월 12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통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며 "대한민국이 당면한 시대적 난제를 앞서서 해결하고 있는 독일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독일로 떠나지 않았다. 출국 의사를 밝힌 뒤 40일 넘게 국내에 체류 중인 것이다.

기자는 안 전 대표가 최근 정치권 인사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21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성우빌딩 7층 '미래' 사무실을 찾았다. '미래'는 정치인 안철수의 정책자문 역할을 해온 조직이다.

'미래'는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직돼 2013년 6월 '정책네트워크 내일'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초대 이사장은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고, 초대 소장은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였다.

이후 '내일'은 20대 총선과 지방선거, 지난해 대통령선거 등에서 안 전 대표의 선거전략 및 정책 수립의 핵심역할을 했다. 2017년 11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을 앞두고 공식명칭을 '싱크탱크 미래'로 바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7월 사실상의 정계은퇴 선언을 하며 '미래'도 문을 닫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방문한 사무실 문엔 '임대 문의'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사무실에선 여전히 직원 3명이 근무 중이었다.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가자 직원들은 "미래는 해산했다"며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내실에서 안 전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 "안 전 대표가 혹시 안에 있느냐"고 물었지만 직원들은 "안 계신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사무실 제일 안쪽 내실에서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만나고 있었다. 국민의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지냈던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안산시장으로 출마했다 낙선하기도 했다. 

기자는 먼저 사무실을 나온 박 전 최고위원을 통해 안 전 대표가 사무실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직원을 통해 "몇 가지 여쭙고 싶은게 있다"며 몇 차례 취재를 요청했다. 직원들은 여전히 "안 전 대표가 계시지 않다"고 부인했다.

약 1시간여 가량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자 안 전 대표가 사무실에서 나왔다. 기자와 마주친 안 전 대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푸른색 톤의 티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 검정색 백팩을 맨 안 전 대표는 기자를 쳐다보지 않고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담당했던 기자"라고 인사를 했지만 안 전 대표는 묵묵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독일로 출국은 언제 하나", "전당대회에서 안심(安心)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어떤 말씀을 나누셨나" 등의 질문을 했지만 안 전 대표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에 동승해 재차 질문을 하자, 미래의 직원들이 기자를 강제로 끌어내려고 했다. 잠시 실랑이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안 전 대표가 갑자기 엘리베이터를 뛰쳐나가 비상계단을 향했다. 미래 사무실은 7층에 위치하고 있다.

안 전 대표를 따라가며 질문을 이어갔지만 안 전 대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도망치듯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기자는 "대표님, 뭐 죄 지으신게 아니잖아요. 제가 반가워서…"라고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건물 2층 쯤 따라갔을 때 뒤따라오던 미래의 직원이 물리력을 행사해 기자가 매고 있던 가방을 뒤로 잡아챘다. 안 전 대표는 그사이 건물을 빠져나갔다. 안 전 대표를 만난 뒤 불과 1분 동안 일어난 일이다.

통상적으로 정치인들은 기자들과 원치 않는 만남을 가졌을 때 침묵을 하거나, 비보도를 요청하기 마련이다. 안 전 대표의 이같은 '돌출' 행동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휴대폰까지 꺼두고 일체의 정치 행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안 전 대표가 기자를 만나자 당황한 이유는 뭘까. 바른미래당 9·2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 일선 후퇴를 선언한 안 전 대표가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이른바 안심(安心) 논란이다.

안 전 대표와 박 전 최고위원이 만난 '미래' 마포구 사무실은 이태규 사무총장과 핵심 당직자들이 안철수계 지역위원장들과 만나 손학규 후보의 출마 등을 논의해 '안심' 논란을 일으킨 장소이기도 하다. 앞서 '미래'는 지난달 12일 안 전 대표의 2선 후퇴와 동시에 해산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 측 김도식 비서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황급히 자리를 떠났던 이유에 대해 "도망을 치신 것은 아니"라며 "지방에 계속 계셨고 지금 전화도 끊고 초야에 묻혀 계신데 언론에 나가면 곤란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출국 지연이 전당대회를 고려한 것은 아니냐'고 묻자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했다. '안심' 논란에 대해선 "해당 당사자들하고 얘길해야지, 안 전 대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다. 독일 출국 일정에 대해선 "전당대회 전에는 나간다"고 했다.

최근 안 전 대표를 만난 한 정치권 인사는 안 전 대표가 정치를 그만두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전혀 그럴 의사가 없다는 점을 에둘러 말했다. 그는 안 전 대표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안 전 대표가 손학규 후보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 (다 알면서) 이제와 뭘 그런 걸 묻느냐"고 했다. 
 



인터넷 아주경제 8월 22일자 보도(https://www.ajunews.com/view/20180822083215165)에 대하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은 "독일 출국 전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차원에서 박주원 전 최고위원을 만난 것일 뿐 전당대회와 관련한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으며, 정책 자문기구 '미래'는 당시 청산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안 전 대표와는 관계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또한 "비상계단으로 내려간 것은 거듭되는 인터뷰 요청에 자리를 피한 것일 뿐"이라고 알려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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