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칼럼] 미중 무역전쟁, 중국 금융자유화 촉진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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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8-07-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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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340억 달러 수입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맞대응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무역전쟁은 중국의 금융자유화와 더불어 소비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전망이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한 표면적 이유는 무역수지 불균형에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던 2001년에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831억 달러였다. 그 이후 꾸준히 확대되면서 지난해에는 3751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1~2017년 누적으로는 4조3792억 달러였는데, 미국이 이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새로 부상하는 신흥 세력이 지배 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전쟁 등 극심한 긴장이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미 하버드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0년의 역사에서 신흥 세력이 지배 세력을 위협하는 경우가 16번 있었는데, 그 가운데 12번 전쟁이 발생했다.

신흥 세력인 중국이 기존 지배 세력인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 및 제조 강국이라는 양적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금융 강국, 나아가서는 군사 강국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의 금융 및 군사 강국인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을 빠른 속도로 위협하고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5년 35.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1년에는 21.2%로 낮아졌다. 2017년에는 24.4%로 높아졌으나, 미국 경제 비중이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중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2.5%, 2001년 4.0%에서 2017년에는 15.1%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01년 미국 GDP에 비해서 12.7%였던 중국 GDP가 2017년에는 61.7%까지 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중국 GDP가 미국을 넘어설 것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고, 미국은 그 반대의 경우이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단기에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갈수록 무역전쟁의 강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 경제가 투자 및 수출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더 촉진시킬 것이다.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선진국 중심으로 마이너스(-) 0.4% 성장했는데, 중국 경제 성장률은 9.2%로 매우 높았다. 당시 중국 정부는 기업에 투자를 유도해 고성장을 달성했다. 중국 GDP에서 고정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5%에서 2008년 44%(2011년 48%)로 급등했다.

문제는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부채 특히 기업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와 민간 부문의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169%에서 2017년에는 300%를 넘어섰다. 기업부채는 같은 기간 GDP의 92%에서 167%로 증가했다. 중국 기업이 주로 간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기업 부실은 곧 은행 부실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8000달러를 넘어선 것처럼 중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소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투자와는 달리 소비는 느리게 증가한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무역전쟁을 강화하면서 대중 수입을 규제한다면, 중국 경제에 내재해 있는 디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것이다. 초과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기업 및 은행의 구조조정에는 대규모의 공적 자금이 필요하다. 일부는 중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 더 드러날 것이다. 중국은 2018년 4월 현재 미 국채를 1조1819억 달러 보유하고 있는데, 일부를 매각해서 구조조정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도 흔들릴 것이다.

미국이 중국보다 경쟁력이 크게 앞서는 부문은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업이다. 미국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외환 및 자본시장을 자유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금리와 환율이 정상화하고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이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주식 등 각종 자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 시기에 금융을 통해서 무역적자를 보충하려 할 것이다. 중국이 WTO 가입 이후 미국과의 무역에서 국부를 늘렸으나, 중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편입한 후에는 미국이 중국의 금융시장에서 그들의 국부를 늘리게 될 것이다. 우리도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중국 내수 우량주에 적극 투자하여 금융으로 국부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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