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석 재차 호소’ 신동빈 “롯데 경영권 소명할 사람 나밖에 없다”

29일 해임안 주총…“꼭 돌아오겠다 日주총서 해명할 기회 달라”

검찰, 불허 요청…법원 “보석 검토중…재벌 총수 특혜 없을 것”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주총에서 해명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석(保釋)에 관한 절박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 회장은 25일 열린 항소심 5차 공판에서 법원에 보석허가를 재차 요청했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앞서 형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은 주주자격으로 신동빈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의 이사 해임 안건을 올렸다. 또 자신의 이사 선임 안건도 동시에 제출했다. 주주총회는 오는 29일 롯데홀딩스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열린다.

‘형제의 난’으로 불린 롯데 경영권 분쟁은 앞서 4번의 주총에서 모두 신 회장이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무난히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다만 문제는 신 회장이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구속 수감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전까지 주총에서는 신 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주주들을 상대로 설득했다. 만약 신 회장이 주총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롯데홀딩스 주총 참석을 이유로 보석을 요청했다. 이날 5차 공판에서도 주요 변론은 보석허가의 가능성에 관해서 진행됐다.

신 회장의 변호인은 "보석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거꾸로 피고인과 이해관계가 다른 쪽이 이를 이용할 여지가 있다"며 "신 회장의 해임안이 주총에 상정된 이상 두 당사자 사이에 대등한 기회를 줘서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총에서 해임안은 롯데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으며 주주집단인 종업원지주회의 설득 여부로 경영권이 움직일 수 있다"며 "신 회장이 없는 자리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신 회장과 롯데는 큰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당연히 고려해야 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인은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해주면 자신이 직접 동행해 향후 재판을 받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신 회장이 혐의를 받는 묵시적청탁에 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변호인은 “결국은 아무것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내심을 추정해보니 이럴 것 같았다는 이야기다”라며 “간접정황을 가지고 구속을 했는데 간접정황이 너무 부족하다”고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부에 신 회장의 보석을 불허할 것을 재차 요청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2016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경영권 분쟁에서 이미 승리했고, 그에 따라 단지 그룹의 이미지 개선에 관한 이야기만 나눴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다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석방돼야 한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현재 신 회장의 보석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에서도 내부 규정과 관계 법령, 예규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신 회장이 재계 5위의 재벌그룹 총수라는 이유로 더 특혜를 주거나 엄격한 차별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판의 끝자락에 변론 기회를 받은 신 회장은 직접 심경을 밝혔다.

신 회장은 “검찰 쪽에서 얘기하는 2016년 3월 경영권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구속되면서 다시 해임안이 상정된 상황”이라며 “그룹의 주된 주주인 종업원지주회에서 무슨일이 일어날지 100% 자신할 수 없으며 제가 직접 해명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위임장을 가진 변호사가 상황을 해명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롯데홀딩스는 다른 상장기업과 달리 아무나 위임장을 받을 수 없으며 아버지와 고모, 여동생 서유경씨 등 가족 7인만 입장을 소명할 수 있다”며 “그중에 지금 상황을 소명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 지금까지 재판에 꾸준히 참석한 만큼 아무일 없이 돌아올 것을 약속드린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