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개발자들의 피끓는 청원 “실적내기식 무리한 감사·수사 그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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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7-12-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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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지난 정권에 시작된 방산비리 수사 원점 재검토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 글. 21일 현재 900여명이 참여해 동의 및 댓글을 올리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해외 개발을 참고해 보십시오. 세상에 100% 개발 성공이 어디 있습니까? 보수적인 감사,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비리로 몰고 가는 감사를 시정해 주십시오.”

“결국 법원에 가면 무죄가 될 것을 지적하는 너무나 보수적인 감사, 국가적인 손실입니다.”

“연구원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가족들의 명예도 회복시켜 주십시오.”

지난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지난 정권에 시작된 방산비리 수사 원점 재검토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온 뒤 국산무기 개발자들의 공감어린 재청이 이어지고 있다.

청원인은 무기 개발업체 종사자로 판단된다. 그는 청원글에서 “지난 정권에서 시작된 막무가내식 방산비리 수사가 큰 성과없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아직도 감사원의 권고 때문에 망설이는 공무원 조직 때문에 국내 방산업체들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 도입장비들은 수사가 어려워서인지 국내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실적내기 감사와 수사들이 반복되어 왔다”며 ‘무리한 감사나 수사가 있었다면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글에는 21일 오전 10시 현재 911명이 참여해 동의 및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동병상련을 느끼는 방산업계 종사자가 올린 것으로 보인다. 청원글을 접한 방산업계 관계자들의 동의 글이 많지는 않지만 방산업계 규모나 4일이라는 시간을 고려할 때 의미가 있는 수치라고 전했다. 그만큼 방산 업계 종사자들의 심정은 절박하다는 것이다.

해당 청원의 불씨를 당긴 것은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의 무죄판결이었다.

감사원은 현궁 성능과 무관한 일부 ‘표적 구성품’과 관련된 이슈를 비리로 몰고 갔고, 검찰의 수사로 이어졌다. 결국 무리한 감사와 수사가 해당 연구원이 생명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 2심 법원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개발업체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혐의를 벗었다고 하지만 국산 무기 개발에 일생을 투자했던 연구원의 생명과 명예를 책임질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최근 일단락된 수리온의 전력화 결정도 감사원의 경직된 태도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육군은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수리온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감사원은 재감사까지 거론하며 마지막까지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는 지금도 무리한 감사의 여파는 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국산 장거리레이더 체계개발 사업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방산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장 장거리레이더 체계개발업체와 참여 협력업체들은 재시험의 기회만 준다면 성능을 입증해 보이겠다며 개발의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최근 동남아 국가에서 국산 장거리레이더에 관심을 갖고 군 관계자가 방문을 추진하는 등 수출 가능성까지 타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서류, 절차상 논란으로 개발 실패라는 딱지를 붙이기에는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방산업계는 이러한 전문성 없는 방산감사로 인해 득을 보는 것은 결국 해외 업체들이라고 주장했다. 전문성 없는 감사결과로 국내 개발에 지장을 받으면 결국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외 제품을 들여와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비리는 이유 없이 척결되어야 하는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첨단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한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행착오와 비리는 구분해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개발완료를 자신하는 업체에게 한 번의 기회는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개발자들의 안타까움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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