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⑱] 한국 드라마, 대만선 ‘반짝 인기’ 되풀이 왜?… 바닥엔 아직도 ‘반한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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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국립대만사범대학 문학박사)
입력 2017-10-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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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교 이후 한국은 '이기고 싶은 경쟁자'… 12년만에 최고 시청률 드라마 '도깨비'

  • 하계유니버시아드 열리자 열기 사라져… 한류 열풍 불지만 부정적 시각도 여전

공유를 모델로 한 대만 회사 아수스(ASUS·華碩)가 출시한 ‘젠폰(ZenFone) 4’ 휴대폰 광고. [사진 출처=바이두]

[배우 공유를 맞이하러 나온 대만 쿵타이타이(孔太太)들을 보도한 뉴스화면 캡처.]


최근 대만에서 유행하는 신조어가 있다. 바로 ‘쿵타이타이(孔太太)’다. ‘쿵타이타이’는 ‘공부인’이라는 뜻으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의 주인공인 배우 공유의 아내를 일컫는 말이다.

공유는 지금 대만에서 ‘국민남편(國民老公)’으로 불려지고 있으니, ‘쿵타이타이’는 공유를 사랑하는 대만 여성의 애칭이다.

지난 6월 30일부터 8월 8일까지 대만 웨이스 방송국(衛視中文台)에서 방영됐던 ‘도깨비’는 2017년 대만에서 방송된 한국 드라마 중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723만명 정도의 대중이 ‘도깨비’를 시청했다. 최종회가 방송된 가운데 1회당 평균 시청률 2.27%를 기록하면서 12년 만에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만 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공유는 대만 회사인 아수스(ASUS·華碩)가 출시한 ‘젠폰(ZenFone) 4’ 계열 휴대폰 광고도 찍었다. 이 광고는 공유가 해외에서 찍은 최초의 광고라 더 큰 의미가 있다.

지난 8일 17일 아수스 휴대폰 ‘WE LOVE PHOTO’ 제작 발표회 티켓을 인터넷으로 개방했을 당시 한꺼번에 많은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의 위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대만에서의 한국 드라마 방영은 과거 외교 단절로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항공기 직항로 개설 등 민간 교류를 확대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 왔다.

대만에서 ‘하한(哈韓)’이라는 한류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10월에 GTV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된 김수현 작가의 ‘불꽃’부터다. 이 드라마가 방송된 이후 한국 드라마에 대한 대만 관중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 뜨거운 반응은 2001년 3월에 방영된 ‘가을동화’로 이어졌다. 당시 ‘가을동화’가 대만 TV 드라마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한류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대만 방송사들은 한국 드라마를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10시에 방영했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대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한국 드라마에 자꾸 밀려나자, 불만과 위협을 느낀 대만 연예인들이 자국 프로그램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그 결과, 한국 드라마는 저녁 늦은 시간으로 밀려나거나 사라져갔다.

대만에서는 한류의 바람이 불었다가, 시드는 반짝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 자유시보(自由時報)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관심은 2004년에 ‘대장금’이 방영된 시기부터 검색 지수가 상승하기 시작하다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2년에는 다시 올라가는 현상을 보인다. 2010년에는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결승전에서 대만 양수쥔(楊淑君) 선수가 종료 12초 전 몰수패를 당하면서 반한(反韓) 감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이번 ‘도깨비’ 방영만 보더라도 이러한 반짝 현상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도깨비’는 많은 대만 여성들이 ‘쿵타이타이’를 선호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열기는 얼마가지 못했다. 8월 19일에 타이베이(臺北)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리면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열기는 순식간에 냉기로 바뀌었다.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일본이 금메달을 가장 많이 획득하면서 1위에 올랐고 한국이 2위, 대만이 3위로 달리고 있었다.

대만 신문과 뉴스에서 ‘한국을 너무 이기고 싶다(好想贏韓國)’라는 문구가 마치 대회 슬로건처럼 빈번하게 등장했다. 대만에게 한국은 동반자면서도, 언제나 뛰어 넘고 싶은 경쟁자의 의미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한 비호감은 1992년 양국 간 단교가 큰 계기가 되었지만, 2000년부터 한류가 대만에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변했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될 때마다 한국 요리, 화장품, 옷에 대한 판매량이 급등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 촬영지를 포함시킨 여행 패키지 상품이 덩달아 인기를 얻었다.

대만 학자 궈추원(郭秋雯)은 “대만에서 유행하는 한류는 단지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최근 몇 년간 양국의 빈번한 교류는 양국 간에 잃었던 신뢰와 이해를 회복시켜주기 보다는 오히려 서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일방적인 문화적 침투로 인식돼 반한 감정이 심화되고 있다”고도 했다.

아무리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도 대만에서는 대부분 중국어나 민남어(閩南語·대만 중부와 남부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방언)로 더빙을 해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한다.

일본 드라마 대부분을 일본어 원음에 중국어 자막으로 처리해 방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대만이 한류가 유행하는 국가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코트라(KOTRA)가 2016년 발표한 ‘2015년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의 ‘한류지수’는 세계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대만인의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외교적 마찰로 한국과 대만 모두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 지고 있는 지금, 양국 간 빈번한 문화 교류로 관계 증진을 기대해 본다.

[황선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국립대만사범대학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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