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48] 사냥이 곧 전투인가?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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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규 칼럼니스트
입력 2017-09-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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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전투력 향상에 활용
사냥 훈련을 통해 칭기스칸이 가장 우선적으로 얻고자 한 것은 병사들의 전투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해서 야수를 포위하는 방법, 사냥감을 일격에 격멸 시키는 방법, 도망가는 맹수를 놓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포획하는 방법, 맹수가 강하게 반발할 때 재빨리 피하는 방법, 이런 것들을 통해 기동력과 전투력을 높이는 경험을 익히도록 했다.
 

[사진 = 13세기 몽골군]

그러니까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는 판단력과 함께 서로 손발을 제대로 맞추는 협동심을 길러주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이는 실제 전투에 나섰을 때 공격과 후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담력을 지닌 강인한 병사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 사냥감에게서 배우는 전술
몽골군은 사냥하는 기술을 통해 전투력을 높일 뿐 아니라 사냥하는 동안 익히게 된 야생동물의 특성에서도 나름대로 전술을 터득했다. 늑대에게서는 고도의 경계심을 갖는 방법을 익혔다. 매에게서는 쏜살같이 적을 기습하는 방법을 배웠다.
 

[사진 = 초원의 말떼]

사슴에게 참을성을 갖고 몰래 접근하는 방법을 통해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정찰조를 접근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초원에서 짐승의 무리를 몰아갈 때 야생동물들이 나름대로의 원칙에 따라 무리를 지어 방향을 바꾸는 것을 보고는 도망가는 적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해 처리할 수 있는지를 알아챘다.

▶ 맹수 사냥 법에서 배운 퇴각전술
특히 맹수들을 사냥할 때 적용했던 사냥 방법은 가장 효과적으로 전술에 활용할 수 있었다. 맹수들이 강하게 덤비거나 공격해올 때는 정면으로 대적하기보다는 물러섰다가 다시 공격하는 방법을 반복하면서 맹수가 지칠 때까지 기다린다.
 

[사진 = 말달리는 아이들]

그런 뒤 결정적인 시기에 숨통을 조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몽골병사들은 공격에도 능하지만 달아나는 데도 익숙하다. 강한 적과 맞부딪쳤을 때 몽골 병사들은 달아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완전히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와 반드시 다시 대적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황 이노센트 4세의 명을 받아 몽골을 여행하고 돌아갔던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카르피니의 이에 관한 묘사를 보자.

"몽골 병사는 적을 발견하자마자 한 사람이 서너 대씩 화살을 쏘아대면서 돌진한다. 적이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면 우군 쪽으로 퇴각한다. 그러나 이는 미리 배치된 복병들 속으로 적을 유인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그들이 적이 강하다고 판단되면 하루나 이틀이 지나도록 후퇴한 뒤 적이 줄을 지어 지나가면 튀어 나와 기습한다."

▶ 몰이사냥 식 전투

[사진 = 몰이사냥]

이처럼 몰이사냥에서 터득한 전술을 실전에 적용시킴으로써 푸른 군대 병사들은 마치 호랑이와 늑대, 표범을 사냥하듯 중국인과 이슬람인, 러시아인, 헝가리인 병사들을 사냥했던 것이다. 뛰어난 기동력에다 몰이사냥에서 터득한 전술까지 가미된 몽골군의 공격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안겨주기 충분했을 것이다.

특히 호레즘과 나중에 헝가리에서 치러진 전투는 적을 한곳으로 몰아 지치게 한 뒤 조직적으로 살육하는 몰이사냥의 모습과 흡사했다.
이러한 전술들은 사실상 몽골이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초원의 유목민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던 사냥방법이지만 이를 실제의 전술에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칭기스칸이었다.

▶ 씨족 간 단결․협력 상징

[사진 = 초원의 유목민]

사냥은 부족 간 또는 씨족 간의 단결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인구가 적은데다 떨어져 사는 유목민들이 대규모 사냥을 할 때는 몇 개의 씨족이 연합해야 가능하고 반드시 지도자를 선출해 그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서약이나 맹약을 할 때는 사냥이 단결과 협력의 상징으로 거의 등장한다. 테무진이 푸른 호수에서 처음으로 칸의 자리에 올랐을 때 추종자들의 맹약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도망 잘 치는 짐승을 사냥할 때 우리는 몰이꾼으로 앞장서 그대에게 몰아다 줄 것이다. 초원에 사는 짐승들을 사냥할 때 그 뒷다리가 하나가 될 때까지 힘껏 눌러서 그대에게 줄 것이다."

▶ 다양한 집단을 하나로 엮어내는 최선의 방법

[사진 = 몽골건국 축하연]

마찬가지로 병사들 사이에서는 서로간의 결속과 협동심을 높여 줌으로써 일체감을 지닌 하나의 집단으로 만들어 가는데 활용했다. 몽골이라는 이름을 앞 세웠지만 그것은 민족의 개념이 아니라 국가의 개념으로 그 군대는 이미 여러 씨족과 민족이 뒤섞인 다씨족․다국적(多氏族․多國籍) 군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일체감을 지닌 하나의 집단으로 만들어 가는 데는 실제 전투를 제외하고는 사냥훈련 이상 가는 것이 없었다.
 

[사진 = 몽골인 축제]

몽골군의 사냥을 현장에서 목격한 13세기의 페르시아 역사가 주바이니는 그의 저서 <세계정복자사>에서
"몽골군은 사냥을 통해 무기 사용법을 숙지하고 정탐이나 포위 방법을 훈련하며 기마술을 익히고 고난을 견디는 능력도 키운다. 전쟁을 하지 않을 때도 군대를 수렵장으로 내몰아 쉴 틈을 주지 않는데, 그 목적은 사냥보다 군사훈련에 있다." 고 증언하고 있다.
 

[사진 = 유목민 축제]

이렇게 사냥을 통해 전투가 생활화된 병사들은 전쟁터에 나가서도 마치 사냥을 하듯 적을 제압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강인한 군대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천하를 뒤흔든 몽골제국의 군사 위력은 사냥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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