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바이오 불신 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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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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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부원·이정수·서동욱 기자= 바람 잘 날이 없는 바이오업계가 고질적인 회계 불신을 풀지 않고서는 미래 먹거리로 우뚝 설 수 없다.

뭇매를 맞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나 삼성바이오로직스만 바로잡고 지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바이오 새내기주마다 말썽을 일으켰다. 애초 기업가치 평가에 거품이 많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물론 기업이 스스로 불신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회계감리를 맡은 당국이나 상장을 주관하는 한국거래소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질적인 주식시장 문제아 바이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셀트리온과 알앤엘바이오, 내츄럴엔도텍, 한미약품을 비롯한 바이오·제약업체가 최근 5~6년 사이 꼬리를 물고 불미스러운 논란을 일으켰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은 2013년 4월 공매도 논란에 휘말렸다. 서정진 회장이 회사를 팔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추락했다. 그나마 2014년 9월 유럽의약품청(EMA)이 셀트리온 측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인 램시마를 최종 승인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2013년 5월에는 알앤엘바이오가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회사가 줄기세포 추출배양 문제로 적법성 논란에 휘말렸다. 대형 악재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물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 돌아갔다.

젬벡스는 같은해 6월 췌장암 임상3상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앞서 임상 소식으로 뛰어올랐던 주가가 되밀리면서 애간장을 태웠다.

2015년에도 바이오업계는 시끄러웠다. 내츄럴엔도텍이 가짜 백수오 파문에 휩싸였다. 주가가 추락한 것은 당연했다.

한미약품 사태는 바이오·제약업계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2016년 9월 한미약품은 신약계약 해지와 늑장 공시로 물의를 일으켰다. 회사와 증권사 관계자가 미공개정보를 주식투자에 이용한 혐의까지 받았다. 모두 멀쩡한 상장법인이라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결국 검찰은 한미약품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러는 과정에서 한미약품 주가는 날마다 추락했다. 이 회사 주식을 산 투자자만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빠졌다. 호재를 내놓아도 약발이 안 먹히는 지경이 됐다.

◆기업가치 평가 실력·덩치에 맞게

투자자가 번번이 피해를 보는 공통적인 이유로 바이오업체에 대한 과대평가가 꼽힌다.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마다 거품 논란이 뒤따랐다. 상황이 이러니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바이오 새내기주를 찾기가 어렵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발전과 성장을 위한 태동기에 불과하다"며 "바이오주가 고평가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상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미 투자자는 큰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착각한다"며 "되레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주를 냉철하게 바라보려는 투자자가 늘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도 양적인 성장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우량주가 잇달아 코스닥을 떠나는 바람에 물론 급해졌다. 그렇지만 새내기주 심사는 제대로 해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문턱이 낮아지면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상장 기준에 맞춰 흔들림 없이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가 온 후에 땅은 더 굳는 법이다. 시행착오는 충분히 겪었다. 바이오업계도 자성해야겠지만, 정부도 이를 통해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혼란을 주는 회계기준 정비가 시급하다.

한 헬스케어업체 관계자는 "유독 증시 상장을 전후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회사가 규정이나 절차를 제대로 안 지켰다면 차제에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수주산업 특성상 수익·매출에 대한 인식 시점이나 방법이 복잡하다"며 "투자자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회계기준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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