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자동차·조선·술·원료의약품·황태··· 중국, 한국을 야금야금 집어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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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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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트럭용 타이어 중국산이 80% 육박

  • 中 더블스타,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

  • 켄보600 앞세워 한국 SUV시장 공략

  • 연태고량주, 국내 바이주 시장 장악

  • 조선·원료의약품·황태까지 잠식 중

아주차이나 김중근 기자 = 중국이 한국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다. 제주도 땅을 사들이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과거 한국 대기업의 주 무대였던 대량생산 시장이 중국에 잠식돼 가고 있다. 분야도 전방위다. 타이어, 차(車), 조선(造船), 주류, 원료의약품 등 ‘왕서방’의 손길이 구석구석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먹거리인 황태 시장마저도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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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된 타이어 10개 중 3개는 중국산이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타이어 규모는 5억9907만 달러. 이 중 중국산이 1억7526만 달러로 33.6%를 차지했다. 독일(9.5%), 일본(9.0%), 미국(8.3%), 태국(8.1%)이 그 뒤를 이었다. 중국산 타이어 수입량은 2~5위를 합한 것과 비슷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중국산 타이어가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경트럭용이다. 경트럭용의 경우 소비자들이 브랜드보다 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입된 경트럭용 타이어의 79.5%가 중국산이었다. 최근엔 승용차 타이어 부문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력과 생산력을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타이어 업계 14위인 금호타이어도 중국 업체로 넘어가게 생겼다.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25일부터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을 시작했다.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가 세부 조건에 동의하면 금호타이어는 중국 기업이 된다.

[사진=금호타이어 제공]


더블스타는 화칭그룹과 동펑타이어 등 다른 중국 업체를 인수하며 단번에 중국 내 5대 트럭·버스용(TBR) 타이어 생산업체로 부상한 회사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승용차용 시장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포석이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단번에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자기 몸집의 10배나 되는 공룡을 삼키게 되는 것이다. 더블스타의 연간 매출액은 2000억원 규모로 2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금호타이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강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인수금액으로 9550억원을 써낸 더블스타의 기세는 등등하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펀드까지 구성했다. 중국 칭다오 지역 금융사가 내놓은 자금만 100억 위안(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인수 후 남은 자금으로 추가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힐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다.

중국 타이어 업체가 세계 시장 포지셔닝 강화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중국 타이어 시장이 국영·민영업체가 선진 외자업체와 기술력 브랜드로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쌓아야 했고, 이를 위해 인수합병에 나서야만 했던 것이다.

중국산 자동차도 한국 시장을 야금야금 파고들고 있다. 이미 버스와 화물용 트럭 등 상용차(商用車)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자동차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2년 1067대에 불과하던 중국산 수입 신차는 지난해 2222대로 2배가량 늘었다. 버스나 트럭 등 영업용 차주 입장에서는 경쟁 차종에 비해 1000만원가량 싼 중국산 자동차의 저렴한 가격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에는 중국산 SUV가 국내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인공은 중국 베이치인샹(北汽銀翔)차가 출시한 SUV ‘켄보600’. 켄보600 역시 국내 경쟁 차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사진=중한자동차 제공]


국내 주류 시장도 중국술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양꼬치와 양갈비 등 중국식 양고기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 술 판매가 늘어난 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중국 바이주(白酒)에 붙던 높은 관세가 낮아진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출처=바이두]


바이주 판매가 상승세를 보이자 최근에는 국내 한 유통업체가 한식·일식당 등에서 인기가 높은 ‘연태고량주’의 단독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연태고량주는 현재 국내 바이주 시장점유율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일반 고량주에 비해 도수가 낮은데다 단맛이 가미된 것이 인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맥주의 인기도 뜨겁다. 이마트 수입맥주 매출 전체 1위가 '칭다오'다. 호가든(벨기에), 아사히(일본), 하이네켄(네덜란드) 등 유명 맥주를 제치고 중국 맥주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중국술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 분야에서도 중국이 한국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인도 바룬사는 지난해 7월 VL GC(초대형 LPG운반선) 6척을 발주했다. 금액은 4억2000만 달러로 전 세계 조선소가 심각한 수주난을 겪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물량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가스선(LPG·LNG선) 기술이 뛰어난 한국 조선소의 2파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의 장난(江南)조선이 최후 승자가 됐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중국 조선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과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세계 조선 분야를 잠식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한국의 컨테이너 시장과 해양플랜트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조선소 통합·인력 감축을 마치면 첨단 선박의 50%를 장악할 것”이라고 호언한다.

원료의약품 분야에서도 중국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들의 중국산 원료의약품 사용량이 급증한 탓이다. 4년 새 2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국 54개국 중 1위가 중국, 2위가 일본이었다.

지난해 원료의약품 수입액은 17억 달러(약 2조원)로, 5년 전에 비해 약 19% 감소했다.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 규모가 감소한 상태에서 중국산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원가 절감 의지와 중국산 원료의 품질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국산 원료의약품이 설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국내 황태 시장도 중국산 황태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위기 수준이다. 중국에서 수입된 황태 규모는 지난 2013년 5000t에서 지난해에는 8000t으로 16배나 급증했다. 국내에서 건조한 황태 규모가 연간 3500t 안팎임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의 70% 이상이 중국산에 잠식당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한국 잠식은 가전제품이나 부동산에 국한됐었다. 하지만 현재 차이나머니의 공습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중국이 한국을 야금야금 먹어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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