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 게임학회장 "인문학의 힘 필요…스토리 없는 게임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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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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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우스갯소리로 앵그리버드는 '정당방위' 게임, 애니팡은 '동물학대' 게임이라고 합니다. 둘의 차이는 스토리텔링에 있죠. 앵그리버드는 돼지들이 알을 훔쳐진 탓에 화가난 새들이 돼지를 죽인다는 얘기서 출발합니다."

이재홍(사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30일 서울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진행된 2016 굿 인터넷 클럽(Good Internet Club) 7차 행사에 참석해 국내 게임사들이 스토리를 새로 만드려가려는 실험정신이 부족한 점을 지적, 쓴소리를 냈다. 

그는 "글로벌을 상대로 게임을 만들고 팔기 위해서는 게이머를 설득시킬 수 있는 스토리가 녹아 있어야 한다. 스토리는 그 나라의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의 경우 김치와 한복과 같은 것이다. 게임사도 인문학도를 뽑아야 한다. 심리적 자극 없이 화려한 그래픽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다"고 말했다.

최근 증강현실(AR) 기반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이 게임산업의 흐름에서 뒤쳐졌다는 평가와 함께 위기론이 강하게 대두됐다. 

포켓몬 고의 인기 비결로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이 꼽히고 있다. 포켓몬 고는 1990년대 인기 만화인 '포켓몬스터'의 약칭으로, 중국의 고전 '산해경'에 나오는 수백개의 괴수를 캐릭터화한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우리의 경우도 1990년대 후반 '바람의 나라(1996년)', '리니지(1998년)' 등이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만화에서 출발한 게임이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 베끼기식 게임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참신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은 더 이상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스토리는 완벽한 것이 아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과정일 뿐이다. 리니지는 약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리니지 이후 한국형이라는 이름 하에 아류작이 쏟아지면서 게임업계에 새로운 스토리에 대한 시도는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사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콘텐츠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함께 게임산업을 규제로 옭아매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하면 한국이 '샌드위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포켓몬 고의 탄생 배경 중 하나로 일본의 '요괴학' 지원이 꼽히고 있다. 일본은 20년대 초부터 요괴학을 학문으로 인정하고 연구를 지원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 콘텐츠에 대해 진두 지위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 대책도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스토리와 캐릭터의 깊이에는 일본과 유럽에, 자본력에서는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샌드위치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인물과 사건, 배경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본다. 정부도 게임을 하나의 대중문화로 보고 군대 예비군 훈련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활용안을 생각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용준 엠게임 실장, 이재홍 한국게임학회 회장, 남정석 스포츠조선 기자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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