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원재 요즈마 한국법인장 “한국 스타트업 ‘백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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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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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창업강국 만든 ‘요즈마펀드’

  • 투자 벤처 20곳 나스닥 상장·글로벌 매각

  • 한국 스타트업 기술력 세계 최고

  • 투자·경영 지원으로 10여개 나스닥 보낼 것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법인장이 경기도 판교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올 12월 판교에서는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한국 스타트업(초기벤처)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일명 '미운 오리 새끼, 백조 만들기' 프로젝트다. 실험 장소는 이스라엘 요즈마그룹이 만든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다.

요즈마는 뛰어난 기술력이 있음에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한국 스타트업을 '미운 오리 새끼'라고 부른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법인장(32)은 "많은 한국 스타트업이 스스로 '백조'라는 것을 몰라 투자 유치에 결국 실패하더라"고 안타까워하며 "요즈마 고유의 단계별 지원 체계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런 스타트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캠퍼스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요즈마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이브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벤처투자회사다. 1993년 설립과 함께 정부 출자금 1억달러(1200억원)와 전 세계 투자기관에서 유치한 1억6500만달러(1900억원)를 합쳐 '요즈마펀드'를 만들었다.

요즈마펀드는 기술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도입해 현지 바이오·헬스케어·정보통신기술(ICT) 벤처와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20개가 넘는 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거나, 글로벌 기업에 매각했다. 의료기기 업체 인스텐트, ICT 업체 콤터치가 요즈마펀드를 통해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의료용 영상기기 업체 바이오센스는 존슨앤드존슨에 4억3000만달러(5000억원)에 매각됐고, ICT 업체 콘듀이트는 JP모건이 1억2000만달러(1400억원)에 샀다.

요즈마펀드 10개 중 6개는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고 수익률은 123%에 달한다. 2억6500만달러(3100억원)로 시작한 요즈마펀드는 10년 만에 40억달러(4조68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자금 지원-인큐베이팅(기업육성)-글로벌 네트워크 지원-자금 회수'라는 고유의 지원 체계는 성공적인 정부 주도의 벤처캐피털 육성 방식으로 평가된다.

요즈마는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를 바꿨다. 1990년대까지 창업 실패 국가였던 이스라엘을 단숨에 창업강국으로 올려놨다. 매년 700여개 기업이 새로 생긴다.

이 법인장은 "요즈마의 성공 사례가 잇따르자 '이스라엘에 투자하면 이익을 거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많은 투자자와 업체가 몰려들었다"면서 "현재 이스라엘은 창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받기 좋은 나라 일순위다"고 전했다.

실제 요즈마펀드가 생긴 후 전 세계 펀드의 35%가 이스라엘에 들어왔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벤처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요즈마가 한국에 주목한 것은 2011년이다. 요즈마 설립자인 이갈 에를리히 회장은 당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방문했다.

대덕특구에 있는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을 둘러본 에를리히 회장은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연구자들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상용화에는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했다. 높은 기술력과 빼어난 인재, 한국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가 맞물리자 "이스라엘 못지않은 투자가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 진출을 결심했다.

이스라엘에 많은 투자자가 몰리면서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았던 점도 한 이유였다.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2013년 한국 지사를 열고 이듬해 법인으로 전환했다. 요즈마의 첫 해외 법인이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법인장이 경기도 판교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한국 진출 직후부터 요즈마 캠퍼스 건립을 준비했다. 요즈마 캠퍼스는 기존 벤처투자회사와 달리 스타트업에 자금 투자와 함께 공간과 설비, 경영·기술·회계자문 등을 지원한다. 해외 투자 유치 기회도 제공한다. 비영리기관인 것도 특징이다.

요즈마는 지난 2년간 서울 구석구석을 다니며 부지를 물색했다. 그러다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를 첫 캠퍼스 자리로 결정했다.

이 법인장은 "요즈마가 투자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업체 20곳 중 8곳이 헬스케어·의료기기·바이오 업체"라며 판교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판교에는 제약·바이오 업체와 연구소, 대학 등이 몰려있다. 인근에는 '스마트업 시티'로 꾸려질 제2 판교테크노밸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본 요즈마는 캠퍼스 입주 업체 수의 제한을 없앴다. 애초 요즈마는 매년 30~100개 스타트업을 입주시킬 계획이었다. 현재 요즈마 캠퍼스 입주가 확정된 기업은 아이스토리·아이카이스트·판도라TV·플랜아이 등 4곳이다.

특히 해외 투자업체 유치에 신경썼다. 이 법인장은 스마트폰용 길 안내 애플리케이션인 이스라엘 '웨이즈'와 한국 '김기사'가 인수·합병(M&A) 가격에 큰 차이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해외 투자 유치 여부를 꼽았다.

웨이즈는 2013년 13억달러(1조5000억원)에 구글에 매각됐지만, 김기사는 지난 5월 웨이즈의 4.2% 값에 불과한 626억원에 다음카카오에 팔렸다.

이 법인장은 "스타트업의 기술력에는 차이가 없지만 해외 투자 유치를 했느냐 안했느냐에 따라 기업 가치가 달라진다"며 "해외 유명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면 회사가 글로벌화되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돼 해외 진출 가능성과 기업가치 모두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요즈마 캠퍼스에는 미국 벤처캐피털 회사인 페녹스와 투자자문사인 클리어브룩스, 영국 벤처캐피털 브라이트스타 등이 입주해 국내 스타트업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미국의 바텔이 만든 360IP도 들어온다. 360IP는 지적재산권 상용화와 투자전문 업체로, 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에 기술사업화 등을 지원한다. 에를리히 회장이 직접 캠퍼스 총장을 맡아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힘을 실어준다.

요즈마 캠퍼스는 2020년까지 약 10개 기업을 단독 또는 해외 업체와의 조인트벤처 형태로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 법인장은 "요즈마의 역량을 한국에 집중해 한국을 '아시아 스타트업 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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