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 피습] 한미 외교가, 긴밀한 공동대응…"한미동맹 훼손 최소화"

박근혜 대통령, "주한 미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강연장에서 습격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정부는 이번 사고가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 사건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주한 미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세번째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서 피습 사건을 보고받은 뒤 "오늘 피습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즉각적인 입장 표명은 이번 사건이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수행해 중동 출장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리퍼트 대사 앞으로 위로전과 꽃바구니를 각각 전달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5일 오전 오른쪽 뺨을 지혈하면서 피습 현장을 빠져나오는 모습. [사진 출처: CNN 홈페이지]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 한미 외교가의 움직임도 신속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사건이 동맹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안호영 주한 미국대사와 조현동 주한미국대사관 공사는 이번 사건 직후 미국에서 각각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성김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동아태 부차관보와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이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안 대사와 조 공사가 각각 접촉해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실 관계를 설명했다"면서 "이번 사건이 불필요하게 정치적 이슈로 비화돼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며 양국이 이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재현 외교부 북미국장도 에드워드 동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담당 공사참사관과 똑같은 요지의 통화를 오늘 아침에 서너 차례 했다"면서 "미국은 우리측이 신속히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최측근이다. [사진=리퍼트 가족의 한국 이야기 블로그]

그는 신 국장과 동 공사참사관의 접촉과 관련, "미국 국무부가 해명했지만 웬디 셔먼 정무 차관의 발언이 우리의 오해도 사고, 다시 이런 사건이 생김으로 인해 한미 동맹 관계에 부정적인 인식·오해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한미 양국이) 공유하고 이것이 한국 및 미국 내에 확산되지 않도록 같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관련한 공공 메시지를 잘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미국 대사관측도 한미 동맹 관계를 해치지 않는 입장을 밝혔다.

로버트 오그번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은 이날 낮 12시 10분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금 당장 (리퍼트 대사의) 수술 경과 같은 것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며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그번 공보참사관은 "리퍼트 대사를 대신해 빠른 쾌유를 기원해주신 박근혜 대통령과 조태용 외교부 1차관, 양 정당 관계자와 많은 한국인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 부임이후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다. [사진=리퍼트 대사 트위터]

오그번 공보참사관은 아울러 피습 직후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한 한국 경찰과 초동 응급 치료를 담당한 강북삼성병원, 수술을 맡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의료진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또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표도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무분별한 폭력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담당 교수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양국 정부 차원에서는 리퍼트 대사 피습 사고의 파장을 막기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한미동맹 자체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제는 미국 내부의 엘리트층과 일반 국민들은 리퍼트 대사가 테러를 당해 피를 흘리는 것을 봤기 때문에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는 미국 지식층들이나 국민들은 '한국이 확실히 중국과 가까워졌구나'라고 느낄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벌써부터 이 사건에 대해 일본 언론의 이간질이 대단하다"면서 "대부분의 일본 언론은 셔먼 차관의 발언으로 인해 한국 국민들이 분개해서 리퍼트 대사가 이렇게 다쳤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염려했다.

"별개의 사건이지만 일본은 벌써부터 한미 관계를 이간질 시킬려는 노력을 또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어서 "우리 내부적으로는 미국과의 외교 현안이 산적한 상황" 이라며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으로 한미 원자력협상이나 사드배치등의 이슈들이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