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제도의 완전 폐지는 국회에 맡기되 유지하는 동안에는 면접권 폐지를 통해 사립초와 같은 완전추첨제 선발 방식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의 면접권 폐지 방침을 평가 진행과정에서 밝히고 2016학년도부터 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거론했지만 이번에 사립초 모델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방침을 대안으로 보다 구체화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31일 세화, 중앙, 이대부, 경희, 배재, 우신고 등 2016학년도 지정 취소 자사고 6곳과 신일, 숭문고 등 2년 유예 학교 2곳을 발표하면서 “저희는 일반고와 동일한 선발방식인 완전추첨제는 자사고가 정상화되는데 있어 중요한 조건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들(지정 취소 유예) 자사고는 일반고화된 자사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새로운 실험은 자사고 문제, 더 나아가 비정상적인 고교체제의 해결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는 것으로, 이들 학교는 초등학교 중에서 사립대학교 부설초등학교를 연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이들 학교는 학비가 비싼 학교로 경제적 장벽이 있긴 하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만 문이 열려 있는 학교는 아니고 최소한 모두가 지원할 수 있고 추첨에 의해서 선발한다”며 “추첨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학년도 자사고의 모집방식이 1단계에서 정원의 1.5배를 추첨으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 면접을 통해 진행되도록 돼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면접을 통한 선발이 우수학생을 유치하는 수단이라며 이 같은 선발방식을 폐지하려 하는 것이다.
2015학년도 이전의 자사고는 내신 성적 상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선발했었다.
조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입시와 관련한 자사고의 우월적 지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 자율권으로 신일, 숭문고는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 자율권이라고 하는 두 가지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일반고 전환에 준하는 정도의 혁신 가능성을 믿었다”며 “이들 학교가 면접 없이 선발하겠다는 것은 이후 자사고들이 선발권 개선을 통해 정상화되는 데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정 취소 학교 6곳에 선발권 포기를 설득하지 못한 것은 의문이다.
신일과 숭문고는 자사고 지위 유지를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사립초 모델 운영을 하기로 동의하고 지정 취소를 면했지만 6개 학교들은 유예 처분 대상이 되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유예 결정에서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 의견, 종합평가 점수 및 순위에서 지정과 취소의 경계선상에 있는 학교, 29일 제출한 자사고 운영 개선 계획의 차별성, 서울교육 발전을 위한 교육청과 학교의 상호 협력 의지 등을 제시했다.
우신고는 운영개선계획을 제출하지 않았고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유예 대상에서는 이미 멀어져 있었다.
세화고도 평가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유예 가능성에서는 멀다.
나머지 중앙, 배재, 경희, 이대부고 등이 유예 대상으로 함께 검토될 수 있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2곳 정도를 대상으로만 유예하기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상 학교들이 사전에 선발권 포기를 주요하게 검토해 유예 기준을 결정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언급이 없었다고 항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서울시교육청이 선발권 포기와 지정 취소 유예를 연계시키는 데 아무 사전 논의가 없었고 이 같은 방식으로 유예를 결정하는 것은 교장의 권한인 선발권을 침해하는 재량권을 넘어서는 위법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 같은 취지를 학교들에 알렸으나 의사소통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교장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애초에 서울시교육청이 평기 기준 점수와 가장 가까웠던 신일, 숭문 두 학교를 대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하고 선발권 포기를 설득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같은 서울시교육청의 유예 결정은 서울시교육청에 협력하기로 한 두 개 학교가 평가를 인정한 결과를 가져오고 자사고들을 분열시키는 전략이 된 셈이지만 평가 기준과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지정 취소 대상 학교들은 유예 결정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기준 자체가 잘못된 평가를 통해 기준 점수 근처에 있는 학교만 구제에 나선 것과 함께 선발권 폐지를 기준으로 유예 결정을 내린 것을 문제로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평가에 대한 정당성은 앞으로 예상되는 소송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가 즉각 시정명령을 통해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할 것을 17일까지 서면으로 보고하라고 했으나 조 교육감은 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교육감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면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지정 취소 대상 학교들도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앞으로 소송전에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으로 예고되고 있는 나머지 11개 서울 자사고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선발권 포기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평가 과정에서와 같이 낮은 점수를 받은 곳은 지정 취소 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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