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만도 사장, “포드, ‘없어질 현대차’ 부품 공급업체 인수 말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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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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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만도 사장(CFO)

아주경제 베이징(중국) 채명석 기자= “중국에 연구소를 안 지을 수 없다. 자동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자동차 제조사들이 부품 설계를 한국에서 못하게 한다. 부르면 바로 올 수 있는 곳에 있기를 원한다.”

김경수 만도 사장(CFO)은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현지 연구·개발(R&D)센터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한국이 아무리 가까워도 (연구소는) 중국에 있어야 한다. 그들(자동차 제조사)은 시장 맞춤형 제품을 내놓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26일 준공식을 가진 만도 중국 R&D 센터(MRC)는 미국, 독일,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 해외 연구개발 인프라다. 총 연구인력 270명 중 중국인이 250명이다. 글로벌화의 전제는 현지화라는 창업주의 이념에 따른 것으로 현지 인력 유치에 많은 공을 들인 결과다.

MRC의 특성에 대해 김 사장은 “중국의 경우 고객사 대응을 위해 한국에 있는 기술을 중국에 맞게 변형(트랜스퍼) 한다. 한국 프로젝트가 많아 중국 고객사들에 일일이 대응을 못하기 때문에 한국 엔지니어들이 중국에 가서 현지인을 뽑아 트레이닝을 시키고, 한국으로 데려와 교육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연구소에서 선도적으로 연구해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기술이 트랜스퍼돼서 넘어온다”며 “예를 들어 서스펜션의 경우 한국에 맞는 기술과 제품으로 대응하려면 중국의 도로 조건과 기온에서 버틸 수 없다. 가혹한 주행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중국 조건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인력 활용 비율이 높다 보니 기술 유출 가능성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그건 어쩔 수 없다. 그것 때문에 안 가르치면 (중국 연구소가) 역할을 못한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 가는데 어떻게 그들을 관리하느냐가 문제다. 페이를 올려주는 등 처우를 개선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 제물포 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82년 11월 한라중공업 해외사업부에 입사한 뒤 1986년 만도의 전신인 만도기계 미국 디트로이트 지점으로 발령 받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사태로 만도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뒤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난 그는 포드코리아의 비스테온(현 한라비스테온공조)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 3월 정 회장의 부름을 받고 한라의 품으로 돌아온 만도 기획실장(전무)으로 복귀했다.

김 사장은 “만도를 인수할 것 같으니 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며, “1982년 11월 입사 후 한달 뒤 보스(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에게 처음 인사드렸는데 그 옆에 계셨던 분이 정몽원 부장이셨다. 그때부터 직속으로 모셨다. 회사를 떠났어도 가끔 가서 인사를 드렸는데, 정 회장은 잊지 않고 만도를 되찾았을 때 과거에 일했던 몇몇 사람이 돌아왔다. 이 가운데에는 변정숙 부회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중국 제4공장 건설 문제와 대해 김 사장은 “우리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 중국 생산량이 한계가 있어 곧 결정날 것 같다”면서 “현대차 양산 시점에 맞춰 만도도 함께 그 지역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포드 재직 시절 현대차에 관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2001년 초 당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업체는 5개만 남을 거라고 했는데, 그 안에 현대차는 없었다. 그때 포드에 가있었는데, 포드가 당시 한국 부품사를 인수·합병(M&A)하려 했다. 그런데 M&A위원회에서 얘기하길 ‘사지 마라, 현대기아는 곧 없어질 회사다’라고 했다. 당시 자동차 간의 합종연횡이 많을 때라 현대차는 이 규모를 가지고 못 버틸 것이며, 그러니 현대차에 공급하는 회사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랬던 현대차는 현재 그렇게 무시했던 포드는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GM의 아성에 도전하는 강력한 도전자로 성장했다.

김 사장은 “그때 250만 대를 만들던 회사가 이제 800만 대를 생산하고 1000만 대를 바라고 보고 있는 것은 기적”이라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사장은 품질과 관련해 앞으로 중국 업체는 물론 글로벌 업체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며 이를 통해 만도는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사장은 “GM이 지금 리콜 소송에 걸려 난리가 났다. 돈이 수조 원이 들어갈 것 같으니 다시 부도를 내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리콜비용 발생하고, PL(제조물 책임) 소송이 수십 억이 걸려 있다고 한다. 변호사들이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한다는 것이다. GM이 그런 것을 잘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거액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도를 낸 뒤 생존 가능한 사업을 모은 ‘클린 컴퍼니’와 악성 채무 등을 한데 모은 ‘배드 컴퍼니’로 나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 사장은 “한국GM은 그것(GM본사)과 상관없이 자체가 문제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초 GM코리아 사장을 만났는데, 공급업체 임원 수백명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그는 ‘5년, 10년 뒤에 (우리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료비가 너무 높다. 깎아달라. 이런식으로 하면 공장을 닫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차 1개 모델을 20만~30만대를 만들었는데 요즘은 70만~100만대를 만든다. 따라서 그런 것(잠재적인 문제)들이 쌓여있다가 불량이 한 번 터지면 왕창 터진다. 그래서 굉장히 위험하다. 자동차 개발 비용 및 시간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 공용화를 추진하면서 한 번 불량이 터지면 전 세계에서 동시에 터진다. 따라서 품질에 대해 더 조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현대·기아차는 잘 하고 있다. 800만대를 만들면서 큰 사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사장은 “중국은 삼포정책을 발표했다. 똑같은 제품에 세 번 불량이 나면 차를 바꿔줘야 한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에서 3번 고장나면 차를 바꿔줘야한다. 삼포정책은 로컬 업체를 겨냥하고 만든 법이다. GM, 폭스바겐, 현대차는 검증된 제품을 쓰는데 비해 로컬 업체는 중국 업체 부품을 쓰기 때문에 품질이 안좋고 사고가 나도 나몰라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장성기차 같은 곳은 중국 국내 업체를 이용하면 안되겠다 싶어 주요 업체는 보쉬, TRW, 콘티, 만도 등 글로벌 부품업체로 공급선을 바꾸고 있다. 길리도 마찬가지 다 바꾸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도 로컬 서플라이어들도 기술이 없으면 못 버틴다. 싼 거로는 이제 안 된다. 특히 중국 업체는 독일 업체를 힘들어해 한다. 자신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인데, 이러다 보니 같은 동양업체인 만도를 편해한다. 이는 만도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임을 뜻하며 실제로 비즈니스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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