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풍족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은 일부다. 오히려 길어진 노년기에 대비할 만한 경제력을 미처 갖추지 못한, 즉 무전장수(無錢長壽) 리스크에 노출된 고령층이 늘면서 노인 빈곤층을 의미하는 실버푸어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복지 지출이 매년 증가함에도 노인 빈곤율이 여전히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 노인복지 수준이 고령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 인구기금 등이 발표한 한국의 노인복지 지수는 91개국 중 67위였고, 특히 연금과 노년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분야 지수는 90위로 꼴찌 수준이었다.
게다가 믿었던 기초연금마저 노인 빈곤을 완화해줄 안전망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법 차등지급안 입법을 예고하면서, 공약 후퇴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는 기초연금법이 재차 손질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재정부담 악화 등 고령화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 고령층의 활발한 경제활동참가율은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이면에는 높은 수준의 노인 빈곤율이 자리잡고 있다. 노년층 진입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 열풍'과 매년 증가하는 노년층의 취업률은 이를 반영한다.
결국 해법은 노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노년층 빈곤을 완화하는 알고리즘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15년까지 고령사회 대응 체계를 확립해 2030년까지 고령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내년 노인 일자리를 올해보다 4만개 많은 28만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재정 지원에 의존한 일자리 창출은 노인 고용률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노인 일자리 대부분은 정부에 의해 지원되는 것으로, 지난 10년간 민간 노동시장에 의한 일자리 창출력은 감소한 반면 정부 고용시장은 증가했다. 즉, 기업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일자리가 정부에 의해 대신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철선 연구위원은 "적자 재정 속에서 국가 지원만으로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일자리 산업의 방향을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해 민간에서 일자리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자생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노년기에 대비하는 40~50대가 늘어나고 있다"며 "노년층 진입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안전한 노후대비를 위해 이와 같은 신(新) 산업군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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