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제다> 시름 깊어지는 산업계, 기업 氣 살리자

아주경제 이재호·이재영 기자= 내년에도 기업들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상반기 경기 전망이 어두워 전반적으로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둔화가 예상되는데다 유로존 위기도 조기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아 내년 하반기까지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비관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경기부양에 나서는 한편 경제성장의 첨병인 기업들의 기를 살리는 정책을 조기에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경영 여건 최악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감안하면 글로벌 경제가 살아나야 국내 경제도 활기를 띨 수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유엔이 지난 18일 발표한 '2013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2.4%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1%에서 1.7%로, 일본은 1.5%에서 0.6%로 둔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경제를 견인해왔던 중국도 내년 경제가 7.9% 성장해 여전히 8%대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존 매코믹 아태 지역 회장은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 전체를 받쳐주기에는 버거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대외 여건이 안 좋다 보니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도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다. 노무라가 2.5%로 가장 낮은 수치를 제시했으며 도이체방크 2.6%, 메릴린치 2.8%, BNP파리바 2.9%, UBS 2.9% 등의 순이었다.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의 사기도 꺾이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기업 25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수출 여건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57.2%에 달했다. 호전될 것으로 본 기업은 12.3%에 불과했다.

수출 여건 악화의 배경으로는 '선진국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를 꼽은 기업이 4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환율 하락 지속 가능성' 26.5%, '신흥국 경제부진 우려' 15.0% 등의 순이었다.

◆경제 버팀목 제조업 계속 어렵다

20일 업계 및 연구소 등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와 일반기계 등의 업황은 나쁘지 않으나 자동차·조선·철강 등 대부분의 제조업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계는 유럽 국가들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반사이익, 반도체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TV 등의 수요 확대 등으로 업황 호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철강과 석유화학, 섬유 등의 제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에 따른 업황 악화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도 직접적 타격을 주는 유럽발 수요 부진 위기가 언제 해소될 지 불투명하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철강·석유화학·섬유 등의 산업군이 공급과잉이 심각해 수출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반면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등은 공급과잉이 심각하나 프리미엄 제품 등의 차별화로 수출에 대응하고 있다"며 "일반기계는 공급과잉이 대처 가능한 수준으로 반도체와 함께 내년 생산과 수출에서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자동차는 내수시장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수출도 내년 중 본격적인 회복이 어려울 것이며, 조선도 신규 수주가 극심한 부진을 기록해 경기침체가 5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철강은 자동차 생산 감소, 조선 침체 등으로 올해 대비 내년 국내 철강 수요가 1%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소도 "전기전자 제품 수출이 큰 폭 늘어나는 반면, 선박 수출 둔화가 지속되고 석유화학 업종도 유가 안정으로 단가가 하락해 올해보다는 부진할 것"이라며 "자동차 수출도 중국이나 브라질 등 해외의 생산공장이 가동돼 국내의 생산 증가가 빠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주력산업의 실적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에도 당분간 이 같은 위축된 경기상황을 떠안고 가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2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내년 1분기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위축될 것이 예상됐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유럽·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적자 문제로 세계 경기의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강세와 가계부채 심화까지 겹치면서 경기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정부와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나 복지정책을 논의하기보다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해 기업의 투자심리와 가계의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일에 긴밀히 협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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