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딱 한 가지, 중국 증시는 이상하게 10년 전과 비교해 ‘제자리 걸음’하고 있습니다.
중국 증시가 연일 수직하강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228.53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지난 2001년 6월 14일 2245포인트보다도 못한 수준인 것이죠.
지난 2007년 10월 6000선까지도 돌파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비유통주 해금 폭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반토막 나더니 급기야 최근 1년 새 2200포인트선으로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11월 말 기준 상하이 선전 양증시의 계좌(투자자)수는 1억6454만개이지만 유효계좌 수는 1억3955만개에 그치고 있습니다. 특히 장기 휴면상태의 계좌가 계속 늘어나면서 시장은 점점 더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한 투자 동아리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4000명의 응답자중 87.26%가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보았고, 투자 손실액이 10% 이상인 투자자도 37.37%나 됐습니다.
중국 온라인에는 본전도 못 뽑고 주식을 매도한 가엾은 투자자를 위한 ‘추모회’가 열리는가 하면 “买了平安,彻夜不安。 买了中石化,直接去火化 (핑안보험 샀더니 밤새 불안에 떨고, 시노펙 샀더니 곧바로 불타버렸다)”등 각종 증시 관련 우스갯소리도 떠돌아 다닙니다.
심지어 올해 증시 바닥선을 2300포인트로 점쳤던 중국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얼마 전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 이슈가 되기도 했죠.
그렇다면 중국 증시가 연일 곤두박질 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너무 급속하게 몸집을 불려나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최근 중국 증시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기업상장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 세계 증시에서 총 548건의 기업공개(IPO) 거래 중 중국 A주에서만 총 263건(47.99%) 이뤄졌습니다.
3년 간 중국 A주 증시에서 이뤄진 IPO 규모는 총 9252억1700만 위안.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증시 IPO 규모보다 56%, 서유럽 증시 IPO 규모보다 115% 많은 수준입니다. 심지어 일본이나 홍콩 지역보다는 각각 7.9배, 1.4배 많은 규모입니다.
현재 중국 증시 시가 총액은 26조5497억9500만 위안(2011.12.7 기준(중국 윈드리서치 통계))에 달했습니다. 10년 전 4조3522억2000만 위안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준이죠. 중국 증시는 몸집은 비대해졌지만 실제로 쏟아지는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만연하고 기업 실적악화로 투자심리까지 약화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잇따라 중국 증시에서 이탈하는 것도 주가가 폭락하는 원인입니다.
또 중국 정부에서 긴축 통화정책을 지속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해진 것도 문제죠. 얼마 전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하하면서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중국 증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단 하루만 상승세를 보이더니 다시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2012년 중국 증시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국제 신용평가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중국 증시가 바닥을 친 것이 확실시 되며 내년 중국 A주 증시가 3200포인트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프랑스 BNP 파리바스 은행도 내년 중국 A주 증시가 지금보다 25%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중국 신다(信達)증권 연구센터 류징더(劉景德) 부총경리는 “쏟아지는 주식공급 물량을 시장이 소화하기 어려운 데다가 국제판까지 출범하면 자금이 또 이탈할 것”이라며 “증시가 계속 하락해 18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본토 펀드에 가입한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한숨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용의 해인 2012년에는 중국 증시가 각종 악재를 딛고 용처럼 시원스럽게 승천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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