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국내 극장가를 장식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배경엔 미국산 히어로가 고정 관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 하늘을 나는 슈퍼맨부터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스파이더맨과 철갑옷의 아이언맨, 여기에 돌연변이들까지. 조만간 개봉을 앞둔 ‘그린랜턴’과 ‘퍼스트 어벤져’를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다. 모두 미국식 패권주의를 상징하는 히어로 무비다.
국산 히어로 무비 캐릭터 상황은 어떨까. 국민학교 시절 명절마다 TV를 통해 방영된 만화 ‘똘이장군’과 ‘홍길동’. 정말 재미있게 본 추억의 작품이다. 1980년대 중반 개그맨 출신 심형래 감독의 ‘우뢰매’는 선풍적인 인기로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국산 히어로 존재를 각인을 시킨 영화다.
3D 블록버스터 자체 제작 여건까지 확보할 정도로 기술적 진보를 이룬 충무로의 관심이 앞선 이들 작품에게 쏠린다면 어떨까. 우리에게도 엑스맨과 슈퍼맨 못지않은 멋진 영웅이 있음을 알린다면 꽤 즐거운 기획이 되지 않을까. ‘똘이장군’과 ‘홍길동’의 실사화, ‘우뢰매’의 21세기 버전. 70년대 중반 개봉한 ‘스타워즈’가 기술력 부족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 21세기에 다시 개봉한 예는 좋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리메이크는 분명 영화인들에게 ‘잘해도 본전’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대중들의 기억 속 즐거움에 지금의 기술력을 더한다면 분명 새로운 장르적 탄생이 가능하지 않을까. 애국심은 아니지만 다음 세대 어린이들에게 엑스맨 피규어보다 홍길동의 한복이 유행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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