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서진욱 이지현 기자) 연초 잡았던 영업실적 전망을 내려잡는 상장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4분기들어 실적전망 변경공시를 낸 기업 가운데 90% 가까운 업체들이 애초보다 전망수준을 낮춰 잡았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이날까지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을 정정 공시한 기업은 모두 17곳이다.
이 가운데 88.23%(15건)가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정정 매출액, 영업이익은 기존 전망치에서 각각 평균 22.11%, 54.68% 줄어들었다.
에스브이에이치는 최초 전망치에서 매출액 89.33%, 영업이익 340%를 하향 조정해, 관련 공시를 낸 기업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회사 측은 전망치 수정과 관련해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현재 에스브이에이치는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가 발생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전문업체 화우테크놀러지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40.93%, 53.17% 내려 재공시했다. 사유는 ‘대내외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실적 하향조정’이다.
증권가는 실적 예측오차가 크게 발생한 원인에 대해 해당 기업들이 매출 성장률을 과도하게 설정하고, 신규사업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정공시 당일 해당 기업 주가는 대부분 하락했다. 15개 기업 가운데 11개 기업(73.33%) 주가가 떨어졌다.
2차전지 전문업체 에코프로는 전날 대비 6.70%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와이디온라인(6.06%), 한라건설(5.88%), 코오롱생명화학(5.33%), 청담러닝(3.56%), 에스브이에이치(3.53%) 등도 정정일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3% 넘게 빠졌다. 다행이 이 기업의 주가하락은 단발성에 그쳤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상장사의 실적 전망은 실제와 다소 차이가 날 순 있지만, 그 규모가 과도하면 문제가 된다는 의견이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전망치와 실적이 차이가 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20 ~ 50% 하락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제재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일년 정도 기간 동안 50% 수정은 너무 크다”며 “해당 기업이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놓는 매출 전망치가 실제와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인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경우 현재 연 1회 공시위원회 심의를 열어 실적예측공시 면책조항 위반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심사결과 실제 실적과 예측치 차이가 과도하거나 정정사유가 부족한 경우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하고 하루동안 매매를 정지시킨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공시위원회 심의는 없고, 상시 감시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2분기부터 상장사 전망치와 실제 실적 차이를 비교해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망치와 실제 실적 격차가 크더라도 투자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없고, 정정사유가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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