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엔 인력 감축 대신 '임금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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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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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직원들의 의욕 상실과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로 임금 삭감 시행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불황 속에 감원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게 오히려 위기 모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경기 침체로 고전 중인 항공기 설계 및 제작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러지스(UTX)의 아리 보우스빕 사장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도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연 340억 달러로 자산이 급감함에 따라 그는 신규채용을 동결시키고 봉급 인상 계획을 연기했으며 몇몇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주간 무급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우스빕 사장은 "직접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전면적인 임금 삭감은 직원들의 의욕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다시 동기를 유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BW)는 28일(현지시간) 보우스빕 사장이 주장한 임금 삭감 시행에 따른 우려 사항이 모든 경우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세계 주요 기업들이 침체기에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임금 삭감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9개월 동안 국제 화물 서비스 전문업체 페덱스(FDX), 세계 1위 PC업체 휴렛팩커드(HP), 미국 2위 반도체업체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 미 일간지 뉴욕타임즈(NYT) 등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의 임금 삭감을 감행했다. 이들은 대부분 고위 간부들 대상으로 대규모 임금 삭감을 시행한 반면 평사원들의 봉급은 소폭 삭감했다.

글로벌 인사컨설팅사 휴잇어소시에이츠(HEW)가 미국 주요 기업 51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16%가 침체기 동안 임금 삭감을 감행했다고 답했다. 21%는 임금 삭감 계획을 현재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BW는 기업들이 실업률 증가 등 경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지적했다.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균일한 임금 삭감이 시행된다면 일자리 나누기로 동료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로 직원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동료가 직장을 잃는 걸 지켜보기 보다는 자신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려는 무욕의 마음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신뢰와 단결로 공동번영을 이룩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유아학습교구 전문업체 짐보리도 불황 속에 고위 간부들 대상으로10~15%, 봉급제 근로자들의 경우 최대 10%의 임금 삭감을 시행했다. 매튜 맥컬리 최고경영자(CEO)는 "임금 삭감으로 고용 유지에 힘쓴 짐보리의 노력에 직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라며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기는 커녕 점포에서 사상 최고의 서비스 점수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HP 역시 마크 허드 CEO와 봉급제 근로자 임금에 대해 20%와 5~10%를 각각 삭감했다. HP 대변인은 "임금 삭감 시행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올해 보너스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을 충당하는 등 장기적인 가치 창조를 위해 임금 삭감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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