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의 부동산 스펙트럼) 발목잡힌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이번에는 국회까지 발목을 잡고 있으니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부동산컨설팅 관계자)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정부는 당초 주택법 개정안을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다음달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3일 열린 국토해양위원회의 법안 심사소위조차 통과시키지 못해 사실상 이번 회기내 처리는 무산이 됐다. 분양가 상한체를 폐지할 경우에 분양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언뜻 그럴듯한 얘기처럼 들리고 타당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핑계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한 주택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지금 분양가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며 "정치권이 눈앞의 이익 때문에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일침했다.

오는 29일은 재보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재보궐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여야 할 것없이 지휘부가 총 출동한 상황에서 자칫 '표심'이 떠날 수 있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밀어붙였다가 오히려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라는 이유다. 섣불리 분양가 상한제에 동조했다가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서 선거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논리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주택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돼도 분양가가 눈에 띄게 올라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미분양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고분양가로 위험을 자초할 건설사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가 계속해서 유지될 경우에는 공급감소에 따른 폐해가 장기적으로 더 클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 활황시 건설사들이 고분양가로 재미를 보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변화된 부동산 시장 환경은 건설사들로 하여금 과거와 같은 영화(?)를 다시는 누릴 수 없게 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의 눈도 그 때와는 달리 높아진 상황이다. 건설사가 옛날처럼 고분양가 정책을 폈다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 주택건설사 마케팅팀장은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떡하면 미분양을 줄이면서 신규 분양도 성공적으로 하느냐 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이자 이슈"라며 "미분양이 우려되는 분양가 책정은 엄두도 내지 못할 뿐더러 어떡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운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뿐만 아니라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가 그랬고,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문제도 정치권 논쟁으로 갈팔질팡 하고 있다. 지난 주말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만난 한 예비 계약자의 말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이제 간신히 살아나려는 시장을 보호해주지는 못할 망정 다시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배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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