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내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자사 주가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경영 성과는 재무제표로 평가받지만 주총에선 주가가 곧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점수이기 때문이다.
◆한화 1위ㆍ미래에셋 2위=26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한화증권으로 작년 12월 12일 이용호 사장이 선임된 뒤 무려 87.83% 급등했다.
2위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1999년 8월 7일)으로 회사를 상장한 2006년 2월15일 이후 31.05% 상승했고 3위인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2009년 4월 1일)은 27.75% 뛰었다.
유준열 동양종금증권 사장(2009년 4월 10일)과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2008년 5월 30일)도 각각 13.92%와 6.57% 올라 4ㆍ5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6위 이하에선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가가 떨어졌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2007년 5월 25일)과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2008년 5월 30일)은 각각 4.55%와 13.77% 하락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2008년 6월 5일)과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2008년 1월 15일)도 각각 14.11%와 25.36% 내렸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2008년 6월 27일)은 32.72%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새내기 CEO 주가 수익률 높아=주가 상승률은 대체로 CEO 재임기간이 짧을수록 높게 나왔다. 1위인 한화증권과 3위 키움증권, 4위 동양종금증권 모두 작년 말부터 올해 초 대표이사가 바뀐 경우다.
특히 선두인 한화증권은 모기업인 한화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가 주가 상승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업자본이 비은행 금융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어서다. 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금융사인 대한생명과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제일화재를 핵심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한화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적인 제약이 컸던 지주회사에 대해 우호적인 법안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금산분리 완화는 한화처럼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는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화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 170만주(509억원)를 김승연 회장에게 전량 매각해 2008 회계연도 당기순이익(625억원)을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고로 끌어올린 점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로 수탁수수료와 수익증권 수익은 감소했다"면서도 "채권영업 선전과 주식처분 이익 덕분에 양호한 성적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증권은 대표이사 재임기간이 가장 길면서도 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최현만 부회장은 1999년 8월 회사 창립과 함께 사장으로 취임했고 2006년 2월 상장 이후 3년만에 30% 넘는 주가 상승을 이뤄냈다.
이를 근거로 국내는 물론 외국계 증권사로부터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HSBC증권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영업 비용을 줄인 반면 브로커리지 점유율을 높여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며 적정주가를 7만3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높였다. 이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은 치열한 가격경쟁 없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속적인 이익 성장을 위해 자기자본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교보증권은 실적악화와 금융사고에 발목이 잡혔다. 교보증권은 2008 회계연도 당기순익으로 162억원을 올려 전년대비 66% 급감했다. 여기에 직원이 고객 돈 7억원을 횡령한 뒤 해외로 도피한 사고까지 터져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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