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2조원 풀어도 자금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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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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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2.75%포인트나 인하하고 22조 원 규모의 원화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음에도 중견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업 옥석가리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구조조정이 부진한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1일 한은과 정부,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다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초 5.2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 초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2.5%까지 끌어내렸다. 특히 10월27일에는 0.75%포인트, 12월11일에는 1.0%포인트나 각각 인하하는 등 사상 유례없는 조치를 취했다.

또 한은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지금까지 시중에 공급한 원화는 22조 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22조7000억 원의 대부분이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비상 상황에서나 가능한 기업어음(CP) 매입 등 외에는 없다"면서 "사실상모든 조치를 취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현재 308조2039억 원으로 전월말보다 0.7%(2조214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증가액은 지난해 12월의 5조2611억 원의 절반 수준.

국민, 신한, 하나은행의 개입사업자(소호) 대출은 지난달 29일 현재 55조4161억 원으로 전월말보다 0.1%(430억 원) 줄었다.

우량등급인 AA-급 회사채(3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말 7.72%에서 지난달 30일 현재 7.29%로 0.43%포인트 하락했으나 비우량 등급인 BBB-급 회사채 금리는 12.02%에서 12.16%로 오히려 0.14%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기업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면서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도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은행들은 최근 111개 건설·조선사에 대해 처음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2곳을 퇴출시키고 14곳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결정했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채권금융기관들이 지원을 회피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조만간 은행들은 98개 건설·조선사를 대상으로 2차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개별기업의 규모가 작아서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은행들은 2008 회계연도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3월부터 전체 거래기업에 대해 정기 신용위험을 평가해 6월 말까지 옥석을 가릴 예정이지만 은행 자체기준에 따른 평가여서 제대로 이뤄질지가 불투명한 상태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구조조정의 부진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자신의 임기 내에 일시적 부실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은행장들에게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책임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와 금융감독당국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경영권에 간섭하려 한다는 은행들의 오해를 푸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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