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의 경영책임자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1심보다 11년 줄었다. 항소심도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고 판단했지만, 법적 책임의 범위와 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20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들 박중언 운영총괄본부장의 징역 7년과 법인 벌금 8억원도 확정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20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들 박중언 운영총괄본부장의 징역 7년과 법인 벌금 8억원도 확정됐다.
폭발 경고 뒤에도 계속된 공정…엇갈린 '탈출로' 해석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 1차전지 제조공장에서 발생했다. 3동 2층에 쌓인 전지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틀 전에도 전지 폭발이 있었지만, 관련 전지의 후속 공정은 중단되지 않았다.
화재는 출입문 부근에서 시작해 급속히 확산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불을 끄려 했고, 다수는 작업장 안쪽으로 모였다. 비상구로 향하는 경로에는 평소 보안이 걸린 문과 가벽, 적치된 전지가 있었다. 대피 교육도 충분하지 않았다.
1·2심이 갈린 핵심은 이 경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였다. 1심은 2층에도 비상구 규정이 적용되고, 설치 기준은 충족했다고 봤다. 다만 보안문과 장애물, 교육 부재 등으로 노동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었다며 비상구·비상통로 유지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2심은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의 '각 층'에 비상구를 설치하라는 규정은 없다며, 1층에 비상구가 있는 이상 2층에 별도로 설치할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치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우회 경로가 있고 보안문도 화재 당시 자동 개방돼 유지의무 위반을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비상통로도 화재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대피 경로와 구분했다. 명확한 개념과 설치 기준 없이 처벌 범위를 넓히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실제 탈출 가능성을 중시한 1심과 처벌 규정의 명확성을 앞세운 2심이 충돌한 지점이다.
일부 무죄에도 남은 예방 책임…합의에서 달라진 형량
비상구 관련 무죄가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책임까지 없애지는 않았다. 검사가 항소심에서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법령상 구체적인 안전 조치 위반을 매개로 하지 않더라도 관리 체계 부실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거쳐 사망으로 이어졌다면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2심도 위험 요인 확인·개선 절차, 예방 예산, 비상대응 매뉴얼에 관한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후속 공정을 중단하고 매뉴얼을 마련·준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양형에서는 합의와 사고 특수성에 무게를 뒀다. 1심은 일부 유족과의 합의를 인정하면서도 사고 후 자금력으로 선처받는 악순환이 안전 투자를 약화할 수 있다며 감경 효과를 제한했다. 2심은 사망자 23명 전원의 유족 및 부상자들과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 합의 후 처벌을 탄원한다는 이유로 감경을 제한하면 배상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리튬전지 재해를 완벽히 막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 약 16초 만에 급속히 확산한 화재, 일부 안전 조치와 컨설팅 이력도 고려했다. 다만 박 대표의 법률상 처단형 범위는 1·2심 모두 징역 1~33년이었다. 일부 무죄로 감형이 불가피했다기보다 책임의 무게를 다르게 평가한 결과다.
2심도 위험 요인 확인·개선 절차, 예방 예산, 비상대응 매뉴얼에 관한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후속 공정을 중단하고 매뉴얼을 마련·준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양형에서는 합의와 사고 특수성에 무게를 뒀다. 1심은 일부 유족과의 합의를 인정하면서도 사고 후 자금력으로 선처받는 악순환이 안전 투자를 약화할 수 있다며 감경 효과를 제한했다. 2심은 사망자 23명 전원의 유족 및 부상자들과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 합의 후 처벌을 탄원한다는 이유로 감경을 제한하면 배상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리튬전지 재해를 완벽히 막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 약 16초 만에 급속히 확산한 화재, 일부 안전 조치와 컨설팅 이력도 고려했다. 다만 박 대표의 법률상 처단형 범위는 1·2심 모두 징역 1~33년이었다. 일부 무죄로 감형이 불가피했다기보다 책임의 무게를 다르게 평가한 결과다.
집행유예 중심이었던 처벌…법이 바꾸려던 것은
기존 처벌은 집행유예가 중심이었다. 노동부가 지난 15일 공표한 올해 상반기까지의 확정·통보 사건에서 경영책임자 85명 중 실형은 3명, 집행유예는 벌금 병과를 포함해 79명이었다. 무죄나 하반기 확정 사건까지 포함한 전체 판결 통계는 아니다.
한국제강 대표 징역 1년,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 2년, 일광폴리머 대표 3년 등과 비교하면 아리셀 4년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피해 규모와 예방 가능성에 상응하는지는 별개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반복된 산재에도 현장 실무자 중심으로 책임을 묻던 한계를 바꾸려 제정됐다. 경영책임자에게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부과해 사고 전 투자를 유도하는 법이다.
대법원은 이번에 별도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있어도 대표이사에게 남는 의무가 있고, 각자의 의무 위반이 재해 원인이면 모두 책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위험성평가 서류만 갖춰서는 부족하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책임의 기준은 구체화됐지만, 형량의 예방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남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사후 합의가 사전 안전 투자보다 유리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한다. 아리셀 판결이 던진 질문은 처벌의 유무를 넘어 인정된 예방 책임을 형량에 얼마나 반영해야 하느냐에 있다.
한국제강 대표 징역 1년,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 2년, 일광폴리머 대표 3년 등과 비교하면 아리셀 4년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피해 규모와 예방 가능성에 상응하는지는 별개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반복된 산재에도 현장 실무자 중심으로 책임을 묻던 한계를 바꾸려 제정됐다. 경영책임자에게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부과해 사고 전 투자를 유도하는 법이다.
대법원은 이번에 별도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있어도 대표이사에게 남는 의무가 있고, 각자의 의무 위반이 재해 원인이면 모두 책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위험성평가 서류만 갖춰서는 부족하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책임의 기준은 구체화됐지만, 형량의 예방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남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사후 합의가 사전 안전 투자보다 유리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한다. 아리셀 판결이 던진 질문은 처벌의 유무를 넘어 인정된 예방 책임을 형량에 얼마나 반영해야 하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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