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철회 논란' 딛고 싱가포르영화제 선 허진호…"표현의 자유 지켜줘 감사"

  • 與 109명 서한 일축한 SGIFF… 부준펑 의장 "검열된 작품 거부, 무삭제 원칙"

  • 1974년 육영수 피격 다룬 '암살자(들)' 개막 상영… 아미르 칸·진가신 등 기립 박수

21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샌즈 시어터에서 열린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SGIFF 개막식 무대에서 허진호 감독과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가 관객들의 환호 속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버라이어티 캡처
21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샌즈 시어터에서 열린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SGIFF) 개막식 무대에서 허진호 감독과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가 관객들의 환호 속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버라이어티 캡처]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을 다룬 허진호 감독의 정치 스릴러 영화 '암살자(들)'이 국내 정치권의 상영 철회 요구를 딛고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SGIFF)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영화제 측이 "검열된 작품은 절대 틀지 않는다"며 외압을 단호히 거부한 가운데, 허 감독은 국제 영화계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지켜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내 샌즈 시어터에서 열린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암살자(들)'이 개막작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와 무대에 오른 허진호 감독은 "영화적 표현의 자유와 예술적 자유를 지켜준 영화제 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결정은 나를 비롯해 스태프와 배우 등 영화를 함께 만든 이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상영은 국민의힘의 상영 취소 요구가 제기된 지 2주 만에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소속 의원 109명 전원 명의로 SGIFF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역사 왜곡과 국민 정서 위배를 주장하며 개막작 선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자체적인 큐레이션 과정을 거쳐 예술적 성취와 아시아 영화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은 작품이라며 원안대로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칸 영화제 초청 감독 출신인 부준펑(Boo Junfeng) SGIFF 이사회 의장은 개막식 무대에서 상영 취소를 압박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던 사실을 공개했다. 부 의장은 "우리는 이 영화를 역사적 사건에 대한 예술적 해석으로 보며 창작자의 비전을 존중한다"며 "어떤 검열도 거부하며 창작자가 의도한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되는 무삭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영화제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가려진 진실을 추적하는 경찰(유해진)과 기자들(박해일, 이민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내에서는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며 300만 관객을 돌파했으나, 보수단체의 주연 배우 자택 앞 집회 예고와 고발 등 극심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싱가포르 개막식 현장에는 인도 거장 아미르 칸과 홍콩의 진가신 감독 등 아시아 영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상영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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