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박찬대 회장은 왜 '19.24%'를 10여 차례 강조했나

김정래 아주경제 전국팀장 사진 아주경제
김정래 아주경제 전국팀장. [사진= 아주경제]


20년째 바뀌지 않은 숫자가 있다. 19.24%. 지방정부에 배분되는 지방교부세율이다. 그사이 대한민국의 재정 규모는 커졌고, 지방정부가 맡아야 할 일도 크게 늘었다. 박찬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을 비롯한 시·도지사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이유다.

박 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19.24%'를 10여 차례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 정책을 존중하지만, 지방교부세 감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의 방증이다.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청년과 미래산업에 투자하고 국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중앙정부 역시 국방과 복지, 국가채무 관리 등 감당해야 할 재정적 책임이 있다. 지방교부세율을 높이면 중앙정부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렇다고 지방정부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재정 부담은 대부분 지방정부에 남았다. 2026년 지방 소방예산 8조6000억원 가운데 국가 지원은 약 9000억원으로 10% 수준이다. 인건비가 늘어나면서 노후 소방차 교체와 구조장비 보강에 필요한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자치경찰제 이원화가 논의되고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을 분리해 지방의 치안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인력과 시설, 장비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다. 국가가 담당하던 경찰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재정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소방에서 드러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국고보조사업도 지방재정에 부담이다. 2000년 7조4000억원이던 국고보조사업 규모는 2024년 83조8000억원으로 11배 이상 증가했다. 중앙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지방정부가 일정 비율의 예산을 부담하는 구조다. 2027년 주요 국고보조사업 11개에 대한 지방정부의 추가 부담만 3조원을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초과 세수를 적립해 청년과 미래산업, 지역균형발전 등에 투자하겠다는 취지다.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는 필요하다. 다만 기금 적립액을 내국세에서 먼저 제외한 뒤 지방교부세율 19.24%를 적용하면 지방정부에 돌아갈 재원은 줄어들 수 있다. 법정 교부세율은 유지하면서 실제 교부액을 줄이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지방교부세율이 20년째 그대로라고 해서 지방교부세 총액까지 제자리였던 것은 아니다. 내국세가 증가하면 교부세도 늘어난다. 지방정부 역시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할 책임이 있다. 교부세율 인상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방정부에 맡기는 행정사무와 재정 부담이 계속 증가한다면 이를 뒷받침할 재정 배분 구조도 검토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의 취지를 살리면서 지방정부의 안정적인 재정 운용을 보장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는 권한만 나눈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그 권한을 행사할 재정이 있어야 한다. 박 회장이 거듭 강조한 19.24%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20년 동안 달라진 국가와 지방의 역할에 비춰 지금의 재정 배분 구조가 적절한지 묻는 숫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