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공개(IPO) 시장이 26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스팩(SPAC)과 리츠(REITs)를 제외하면 신규 상장 기업이 1~2곳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000년 이후 연간 IPO 건수가 2건 이하로 떨어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IPO 부진을 단순히 공모주 시장의 침체로만 볼 일은 아니다. 자연의 생태계가 그렇듯이 증시도 끊임없이 순환해야 건강하다. IPO를 통해 '새로운 기업'이 생태계에 유입되고, 노후하거나 생존력이 약해진 기업은 사멸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순환의 구조다. 그런 점에서 IPO 부진은 증시 생태계의 건전성에 분명한 위험신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IPO는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초기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해 새로운 기업에 재투자하는 자본시장의 핵심 경로다. 상장 시장이 위축되면 기업의 자금조달 선택지가 줄어들고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선순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올 들어 IPO가 부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상반기 내내 좋았던 증시가 하반기 들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IPO에 나설 유인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책당국의 중복상장 규제와 코스닥 중심 유치 전략의 영향도 크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규제의 취지가 정당하더라도 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작용까지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복 상장에 대한 일률적인 규제와 불확실한 심사 환경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늦추고 투자자의 자금 회수 계획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정책당국은 상장 규제 강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두 목표가 충돌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기존 주주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하되 독립적인 사업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까지 과도하게 위축시키지 않도록 규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코스닥 중심 IPO 유치 전략도 시장을 왜곡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을 살리기 위해 좋은 벤처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인위적으로 유인해선 안된다. 그건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다.
10월 들어 국내 증시는 다시 요동치는 중이다. 안팎의 악재들이 터질 때마다 증시는 급격히 출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PO까지 얼어붙게 놔둔다면 증시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책당국이 IPO 시장 회복을 위한 대책을 다시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아무리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고 생산적 금융을 한다고 해도, IPO와 같은 자본시장의 본래 기능이 약화되어선 안 될 일이다. 정부와 거래소는 우량 기업이 믿고 상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 IPO 가뭄이 길어질수록 그 비용은 결국 기업과 투자자, 자본시장 전체가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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