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주사라더니"…노동자 217명이 맞은 '납 배출 주사' 전말

  • MBC '스트레이트', DN오토모티브 킬레이션 투약 실태 보도

  • 한 노동자 28차례 투약 증언…검진 수치 관리 의혹에 회사 반박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국내 대형 자동차 배터리 공장에서 노동자 217명에게 중금속 배출 치료제인 '킬레이션' 주사가 투약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노동자는 회사가 이를 '비타민 주사'라고 설명했다고 주장했으며, 한 노동자는 28차례나 투약받았다고 증언했다.

11일 방송된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는 자동차 부품 기업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에서 이뤄진 킬레이션 치료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DN오토모티브는 납과 황산을 이용해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은 3조 6000억원,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웃돌았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공장 내부의 생산설비 주변에는 납 성분이 포함된 분진이 쌓여 있었고, 일부 바닥은 황산에 부식된 상태였다.

노동자들의 혈중 납 농도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노동자 114명의 특수건강진단표를 분석한 결과, 평균 혈중 납 농도는 15.6㎍/dL이었다. 일반 성인 평균치 1.44㎍/dL의 10배를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 5년간 특수건강진단에서 혈중 납 농도가 40㎍/dL을 초과한 사례는 없었다. 회사 내부 검사 자료에서도 대부분 30㎍/dL 아래에 수치가 집중돼 있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된 것이 이른바 '비타민 주사'였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안내를 받아 병원을 방문해 수액을 맞았다고 증언했다. 이우성 씨는 "회사 측이 시중에서 15만~20만원 하는 주사이며 맞고 나면 개운해진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하지만 노동조합이 지난해 말 확인한 주사의 정체는 비타민이 아닌 킬레이션 치료제였다. 킬레이션은 특정 약물을 이용해 납과 같은 중금속이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실제 중금속 중독 환자에게 사용되지만, 신장 손상 등 부작용 위험이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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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주사 횟수도 적지 않았다. 한 노동자는 1년에 3~4차례 주사를 맞았다고 증언했고, 다른 노동자는 두 달 동안 6차례 투약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아들에게 신장을 기증해 한쪽 신장만 남은 김형진 씨(가명)는 28차례 주사를 맞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의료진으로부터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자신의 신장 상태에 관한 질문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상철 단국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킬레이션 치료가 납뿐 아니라 체내에 필요한 미네랄도 배출할 수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투약했다는 의혹에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실제 킬레이션 치료는 모든 납 노출자에게 일률적으로 권고되는 치료법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납 노출 임상관리 지침에 따르면 치료 여부는 혈중 납 농도와 중독 증상, 연령 등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특히 증상이 없는 성인 남성의 혈중 납 농도가 45~70㎍/dL인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킬레이션 치료를 권고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독성물질질병등록청(ATSDR) 역시 예방 목적으로 킬레이션 치료를 시행하거나 납 노출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치료를 반복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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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이번 사건에서 또 다른 쟁점은 회사가 노동자들의 혈중 납 농도를 낮춰 건강검진 결과를 관리하려 했는지 여부다.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회사 내부 공지문에는 추가 킬레이션 치료 대상자와 투약 횟수 등이 기록돼 있었다. 납 농도가 높은 노동자의 건강검진 날짜를 필요에 따라 늦출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노동자들은 회사가 특수건강진단에서 높은 혈중 납 농도가 나오지 않도록 킬레이션 투약과 검진 일정을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노동자들에게 주사를 투약한 이비인후과 원장은 취재진에게 회사의 의뢰를 받아 혈중 납 농도를 낮추기 위한 킬레이션 치료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DN오토모티브는 노동자들에게 해당 치료를 '비타민 주사'라고 설명한 사실이 없으며,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투약에 사용한 약물은 합법적인 의약품이고, 일부 노동자가 호소하는 건강 이상과 납 노출 사이의 인과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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