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이란 전쟁, 예멘 내전까지 격화하면서 전 세계 하늘길이 위협받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영공과 공항이 위험에 노출되면서 항공사들은 잇따라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하지만 비행 시간이 늘어나는 데다 연료비와 운항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항공 여행의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공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 항공사들의 러시아 영공 이용이 제한된 데 이어, 올해 이란 전쟁으로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 항공로의 위험도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경유 항로마저 위협받으면서 항공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은 지난주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으로부터 최소 세 차례 공격을 받았다. 특히 10일(현지시간) 발생한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사망하는 등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공항 운영이 중단되고 항공편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후티 반군은 성명을 통해 사우디 내 공항을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거론하며 사우디 영공과 공항 이용에 대한 경고를 내놓았다. 사우디 경유 항로를 이용하는 항공사들의 안전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 경유 항로는 러시아와 일부 중동 지역의 영공을 이용하기 어려워진 항공사들에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해 왔다. 그러나 이 항로마저 불안해지면서 항공사들은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지역 상공을 지나는 제한된 대체 항로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은 런던~뭄바이 노선에서 기존 사우디 경유 항로 대신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경로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탈레반 통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지나야 하는 만큼 항공교통 관제와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호주 콴타스 항공은 중동을 경유하지 않고는 퍼스~런던 간 17시간 비행을 경제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항편 운항을 중단했다. 대신 싱가포르에 중간 기착해 급유하는 방식으로 운항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비행시간이 최대 4시간 늘어나 운항 부담이 커졌다.
항공로뿐 아니라 공항 시설에 대한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동 지역 공항들이 공격받는 사례가 늘었다.
이란은 두바이와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의 주요 공항에서 연료 저장탱크를 폭파하고 주기장에 세워진 항공기와 활주로, 항공교통 관제 시설을 파손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 주변 목표물을 공격하고,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예멘 수도 사나 공항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두바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여객기에서 조종사가 항공기를 납치해 추락시키려 시도했으나 실패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민간 항공기에 대한 안전 위협이 커지자 최근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ICAO는 지난달 회원국들에 현재 진행 중인 무력 충돌에 항공 분야가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ICAO는 "항공업계가 분쟁 상황에서도 항로를 변경해 운항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운항상의 유연성만으로는 근본적인 안보 위협을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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