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냉각 설비 수요가 커지자 LG전자가 생산기지까지 현지화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미국 버지니아에 공장을 세워 북미 고객사 인근에서 직접 생산·공급함으로써 물류 부담과 납기를 줄이고, 급증하는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해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미국 버지니아주 윈저에 AI 데이터센터용 공랭식 칠러 공장을 신설하고 2027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칠러는 냉각수를 만들어 데이터센터 서버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장비다. LG전자는 미국 현지 공장 신설과 함께 국내 평택·창원 생산라인도 확대하며 관련 투자에 총 1500억원을 투입한다.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것은 북미 고객사의 대규모 발주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버지니아에 생산기지를 두면 물류 부담과 납기를 줄이고 고객사별 요구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국내 생산능력까지 확충해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수주를 실제 매출로 전환하는 속도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수주 실적도 성장 기대를 뒷받침한다. LG전자는 지난 5일 북미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에어 컨트롤 콘셉트와 총 5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원하는 냉각솔루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계약 금액이 아닌 냉각 설비가 지원할 데이터센터의 전력 용량이다. 올해 상반기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수주액도 6000억원을 넘어섰다.
LG전자는 공랭식 칠러뿐 아니라 서버 칩의 열을 냉각수로 직접 전달하는 액체냉각 기술도 강화하고 있다. 공랭식과 액체냉각 장비를 함께 공급해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생산라인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수주를 안정적인 공급 물량으로 연결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도 높여야 한다.
LG전자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는 2025년 매출 9조3230억원, 영업이익 647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 실적에는 데이터센터 냉각 외에 가정용 에어컨과 상업·산업용 공조 사업도 포함돼 있어 데이터센터 사업의 수익성을 별도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서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대규모 물량을 제때 공급할 생산능력이 중요하다"며 "현지 생산과 고부가 냉각솔루션 수주가 맞물려야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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