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교육활동 보장' 들고 거리로 나온 2만 교원…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방지법 시급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3단체가 지난 9일 국회 앞에서 ′교육활동 보장 법 개정 촉구 전국 교원 집회′를 열었다 사진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3단체가 지난 9일 국회 앞에서 ′교육활동 보장 법 개정 촉구 전국 교원 집회′를 열었다. [사진=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글날 연휴가 시작된 지난 9일, 전국에서 모여든 2만여 명의 교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황금 같은 휴식을 반납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은 이들의 손에는 피켓이, 목소리에는 깊은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이념과 성향을 달리해 온 교원 3단체가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대규모 공동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6월 14일 제주 교사 추모 집회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그만큼 교실과 교권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현장의 위기의식이 극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전국에서 모인 교원들은 겉포장만 바뀐 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제도의 한계를 성토하며, ‘교육활동 보호와 현장 중심 교육정책 수립’을 통해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절규했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교사도 사람이다. 교사가 수치심을 안고 경찰 조사와 치열한 법정 싸움을 견뎌낼 때, 보복성·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두려워 지도를 포기할 때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라며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관련 법률의 즉각 개정을 촉구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이 사회적 의제가 되자 당국자들은 입을 모아 해결을 약속하고 정치권도 TF를 꾸렸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실질적 진척은 없다”고 비판했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 역시 “학생이 교사를 폭행했는데 오히려 교사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리는 비정상을 바로잡지 않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교사가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에서 어떻게 소신 있는 교육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외침은 결코 집단이기주의나 과장된 엄살이 아니다. 교실 현장의 현실은 상식의 임계점을 넘은 지 오래다. 수업 중 친구를 폭행하고 난동을 부리는 학생을 제지하며 잠시 분리 지도했다는 이유로, 혹은 시험 부정행위를 적발해 훈계했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되는 일이 다반사다.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수치심을 줬다”는 주관적 감정이 무분별한 보복성 고소의 무기로 돌변한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정서적 학대’의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해 학부모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교사를 피의자로 전락시키는 치명적 독소조항으로 작동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지자체의 조사를 받는 수개월 동안 교사는 직위해제의 공포 속에 영혼이 피폐해진다. 설령 무혐의를 받더라도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상흔과 인격적 파탄은 온전히 개인 몫이다. 이런 지경이니 문제 학생을 지도하기보다 침묵하고 방관하는 ‘소극적·방어적 교육’이 교단의 생존 공식이 된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빚어내는 교육자다. 교사가 악성 민원의 협박과 사법 리스크에 떨며 위축된 교실에서는 창의적 인재도, 바른 인성도 길러낼 수 없다. 교사들이 오직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적·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정당한 교육활동과 정서적 학대의 경계를 법률로 명확히 가르고, 악성 민원인에 대한 학교장과 교육청의 사법적 대리 고발 및 엄벌 체계를 강력히 의무화해야 한다.

현대 교육철학의 거두 존 듀이는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수단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며, 교사는 사회의 참된 질서를 유지하고 건전한 성장을 이끄는 봉사자”라고 역설했다. 사회의 건전한 성장을 이끄는 교육자들이 법정 공방에 내몰리는 나라에 희망찬 내일이 있을 수 없다. 벼랑 끝에 선 교사들을 아스팔트에서 아이들이 기다리는 교실로 온전히 돌려보내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완수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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