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와 부동산 정책 어디로 가나'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장선아 기자]
서울 주택시장에서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단독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고가 아파트 중심의 주택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가 주택 매물 감소와 전월세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민간 임대주택 공급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서울 집값, 고가 아파트만의 문제 아냐"…비아파트·월세까지 상승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와 부동산 정책 어디로 가나' 세미나에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서울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다양한 주택 유형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2024년 이후 서울은 모든 주택 유형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2024년에는 전월세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폭이 커졌고 올해는 전월세까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월세 상승세에 주목했다. 김 실장은 "과거에도 매매가격이나 전셋값이 지금만큼 올랐던 시기는 있었지만 월세가격이 이처럼 빠르게 상승한 사례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역과 주택 유형에 따른 가격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에서는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단독주택 가격도 상승하는 반면, 지방에서는 노후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역시 성남·광명 등 일부 지역은 최근 1년간 아파트값이 20% 넘게 올랐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이 나타나는 등 지역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김 실장은 신규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기존 주택시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이미 2000만호가 넘는 주택 재고가 있다"며 신규 공급 물량뿐 아니라 기존 주택시장의 매매·임대차 거래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아파트 공급 위축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김 실장은 2023년 이후 서울의 비아파트 공급이 급감한 배경으로 건축·주차장 규제와 금융·세제 정책 등을 지목했다. 특히 소규모 빌라 사업은 아파트 개발사업과 자금조달 구조가 다른 만큼 별도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어느 지역에 어떤 계층을 위해 어떤 주택이 얼마나 필요한지 세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과 공급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구분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유세·양도세 동시 강화, 매물 잠김·전월세 불안 우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사진=장선아 기자]
이어 '8·3 세제개편안 쟁점'을 주제로 발제한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이 주택 매물 감소와 전월세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양도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높이면 주택 소유자들이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며 "일정 시점까지 매도를 결정하지 못한 소유자들은 이후 세금 부담 때문에 오히려 집을 팔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세제 방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보유세가 높은 국가는 거래세가 낮고, 거래세가 높은 국가는 보유세가 낮다"며 "우리나라는 양도세와 보유세를 모두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도세만 높아지면 매도를 미룰 수 있고, 보유세만 높아지면 세금을 감당하다가 매도를 결정할 수 있지만 두 세금을 동시에 높이면 주택 소유자들의 선택지가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과 종합부동산세 부담 확대가 고가 1주택자의 매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양도차익에 대한 공제 한도 설정과 종부세 세액공제 축소로 장기간 실거주한 고령 1주택자도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소장은 "강남 등 고가 주택시장의 세금 부담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중저가 주택의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 위축에 따른 전월세시장 불안도 우려 사안이다. 다주택자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기존 임대주택이 자가 거주용으로 전환될 경우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민간 임대주택을 공공임대나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대체하려면 먼저 이를 수용할 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체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임대시장을 위축시키면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