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상조업] 고객 돈으로 레버리지 투자도... 고객 피해구제 신청도 증가

  • 상조업계 상위 업체 "내부통제 갖췄다"...중소업체 관리 허점 지적

  • 선수금 지침 권고 수준..."중소업체 처음 맞는 건전성 규제"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둥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둥]
상조업계 선수금이 11조원에 달할 정도로 산업은 커졌지만 이면은 있다. 고객 돈 절반은 법으로 보호되지만 나머지 절반에 대한 운용은 사실상 업체 자율에 맡겨져 있다. 현행법에는 선수금 운용 방식에 대한 제한도, 지배주주 등에 대한 대여를 막는 규정도 없어 일각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날 선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폐업 시 고객에게 납입한 돈을 전액 환급해 줄 여력이 안 되는 곳도 상당수인 데다 사고 발생 시 소비자피해보상금을 지급하는 공제조합 미가입 업체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펴낸 '2026년판 공정거래백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의 피해보상 건수는 12만6803건, 보상 금액은 약 1308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3월 기준 전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76개사 중 공제조합 조합사는 31개사(40.8%)이며 해당 조합사 선수금은 3조1800억 원으로 약 30.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 공제조합은 상조업체가 폐업하거나 등록이 취소되는 등 할부거래법에 따른 소비자 피해보상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상조업체 선수금 50%를 소비자에게 소비자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지급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영세 상조업체 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는 피해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00%에 못 미치는 업체는 36곳이고, 이들 선수금은 4조6476억원이다. 지급여력비율이 낮을수록 부도나 폐업 등 상조 관련 위험에 대응할 능력이 떨어진다. 

상조업은 고객이 수년~십수 년간 납입한 선수금을 기반으로 장례 등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자산 운용의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러나 선수금 운영이 그간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소비자 피해와 서비스 부실에 대한 우려도 높다. 업계 7위인 부모사랑은 지난해 운영자금 595억원을 미국 가상자산 채굴업체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450억원 손실을 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선수금 1000억원 미만인 중위권·영세 업체 일부에서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공포된 할부거래법에는 고위험 투자와 특수관계인 신용공여 전 충분한 검토를 하도록 하고, 선수금 1000억원 초과 업체에 선수금 운용 심의위원회 설치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인력이 한정돼 있다 보니 선수금 중 80~90%가 집중된 상위 10개사 위주로 감독이 이뤄진다. 영세 업체 관리에 사각지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상위권 상조업체들은 개정안이 제시한 내부통제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1위 웅진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자산운용본부를 별도로 두고, 선수금 운용 관련 주요 사항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다"며 "개별 투자 건은 투자심의위원회와 이사회 심의를 거치고, 특수관계인 거래나 고위험자산 투자 같은 중요 안건은 회계법인·법무법인 등 외부 전문가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번 개정이 중소 업체에 처음 적용되는 자산건전성 규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조업계는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중소 규모가 다수기 때문에 이번 개정은 이들 업체에 처음 적용되는 자산건전성 규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빌려준 회사뿐만 아니라 빌린 쪽도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중소 상조업체는 지배주주·계열사 대여금부터 점검하고, 유예기간 안에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상조산업이 커지고 가전제품 등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도 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상조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은 254건으로 지난해 연간 건수(202건)보다 25.7% 많았다. 피해구제 신청은 2023년 149건에서 2024년 176건, 2025년 202건 등으로 매년 늘었다. 결합상품 관련 상담은 2021년 16건에서 지난해 121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 141건으로 이미 지난해 규모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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