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이달 말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호황이 최소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59%, 782.5% 증가한 수치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3.70%, 영업이익은 20.01% 늘었다.
국내 기업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가운데서도 최초의 기록이다. 영업이익률도 55.1%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 개선이 전체 수익성 확대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증가한 반면 공급 확대는 제한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HBM과 고부가 서버용 제품에 우선 배분하면서 범용 D램의 공급 부족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HBM 생산 확대가 일반 D램의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다시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 물량 확대보다 고부가 제품 중심의 생산 전략을 유지하면서 가격 협상력도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오는 27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7조221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578.37% 증가한 규모다. 삼성전자의 잠정 영업이익과 SK하이닉스의 시장 전망치를 합산하면 184조6214억원에 달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확보한 공급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AI 반도체 고객사에 대한 HBM 공급 확대와 함께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두 회사의 실적 상승세는 올해 4분기를 넘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공급 확대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D램과 낸드의 가격 급등과 더불어 내년부터 HBM 가격 인상 효과가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의 혼합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121%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도 내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 중이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삼성전자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562조원에서 632조원으로 13% 높여 잡았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와 생산능력의 고부가 제품 전환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도 높다. 유진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263조4000억원, 내년은 454조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더라도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영업이익률이 올해 76%에서 내년 80%로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차세대 HBM인 HBM4의 공급 확대도 내년 실적을 결정할 주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HBM4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공급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차세대 제품 생산과 고객사 공급 확대에 주력하는 중이다. HBM 시장에서의 공급 물량과 고객사 확보 여부에 따라 양사의 실적 격차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역대급 반도체 호황이 장기간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와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속도에 따라 수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영향과 메모리 가격 상승률 변동도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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