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에 들어온 상어 ‘부캉이’는 관람객 유치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사람들은 상어를 보러 와 사진을 찍고, 움직임을 서로 알렸다. 부산시설공단 집계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5일까지 북항 친수공원 누적 방문객은 100만명을 넘었다. 부캉이가 만든 것은 ‘지금 북항에 가야 할 이유’였다.
여수세계섬박람회가 답해야 할 질문도 이것이다. 300만명을 모으겠다는 목표는 세웠는데, 그 사람들이 굳이 여수까지 와야 할 이유는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나. 관람객은 기획서에 써넣는다고 찾아오는 숫자가 아니다.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하루를 맡기는 손님이다.
국제행사 승인 당시 248억원이던 사업비는 직접 사업비만 713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개막 초 빈약한 전시 콘텐츠와 먹거리 논란이 이어졌다. 부행사장인 금오도에서는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무료 셔틀버스가 개막 나흘 만에 중단됐다. 섬의 미래를 논하겠다는 국제행사가 섬 안에서 손님을 실어 나를 문제부터 풀지 못했다. 예산을 늘리는 데 쏟은 관심의 얼마를 관람객의 동선에 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무료 공원과 유·무료 입장이 섞인 박람회를 방문객 숫자로 줄 세울 수는 없다. 상어의 출현도 우연이다. 여수 역시 개천절 연휴 사흘간 21만여명이 찾아 이달 5일 누적 71만여명을 기록했다. 반등했지만 일정의 절반가량이 지난 시점에 목표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다음 달 4일 폐막까지 만회할 시간은 있다. 그러나 흥행을 만회한다고 준비 부실의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반등에는 대규모 공연도 힘을 보탰다. 지난 4일 유명 트로트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린 날 하루 13만여명이 몰렸다. 가수를 보러 온 사람이 금오도를 궁금해하고 다음 여행을 예약한다면 공연은 제 몫을 한 것이다. 반대로 무대가 끝난 뒤 가수 이름만 남는다면, 그것은 공연의 흥행이지 섬박람회의 성과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른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무대를 보러 왔다가 여수에서만 만날 섬을 기억하고 돌아가게 하는 것. 그 연결을 설계하라고 조직위가 있는 것이다.
부캉이에게 배울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보고 싶어 하고 전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북항에서는 상어의 움직임 자체가 그런 이야기가 됐다. 여수에는 섬의 풍경과 주민의 삶, 바다의 생태와 음식이 있다. 재료가 없는 게 아니다. 주민이 들려주는 삶과 직접 맛보고 걸어보는 경험을 통해 섬마다 다른 매력을 드러내야 한다. ‘세계’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그곳에 가야만 만날 무언가를 보여주는 일이 먼저다.
조직위가 체험시설을 보강하고 후반기 전시를 새로 꾸미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개막 뒤의 보완은 애초 갖췄어야 할 것을 뒤늦게 채우는 일인지도 따져야 한다. 먼저 다녀간 관람객의 시간과 실망은 돌려줄 수 없다. 남은 기간에는 공연과 전시에서 생긴 관심이 개도·금오도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교통·예약·안내를 묶어야 한다. 섬 주민과 상인의 소득, 관람객의 만족도와 재방문 의향으로 성과를 설명해야 한다.
국회는 이미 300만명 목표의 산정 근거와 불어난 예산의 집행 내역을 요구했다. 목표는 크게 잡고 예산은 불린 뒤, 마지막에 몇 명이 왔는지만 따지는 평가로 끝내선 안 된다. 늘어난 돈이 관람 경험을 어떻게 바꿨는지, 기본적인 준비를 놓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 다음 행사에서 간판만 바꾼 기획서를 다시 보지 않는다.
부캉이는 언젠가 바다로 돌아가고 박람회도 막을 내린다. 남아야 할 것은 여수의 섬을 다시 찾을 이유다. 300만명을 채우고도 그것을 남기지 못한다면, 성공한 것은 박람회가 아니라 관람객 집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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