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베트남통신(VNA) 등에 따르면, 부 하이 꾸언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은 한국을 방문해 원자력발전과 AI, 혁신, 고급 인재 양성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원전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간 협력 방향을 협의했다. 베트남은 2035년까지의 원자력에너지 개발·응용 전략과 2050년 비전에 따라 원전을 중점 분야로 육성하고 있다. 부 장관은 "베트남의 핵심 과제는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국가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한국이 원전 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축적한 제도와 정책 경험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부 장관은 정책 수립 기관과 규제 기관의 역할 체계, 첨단 원전 기술, 국가 차원의 원전 산업 공급망 구축 경험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전 전문인력 육성도 주요 협력 과제로 제시됐다. 베트남은 심화 교육과 현장 실무, 인력 순환 배치 등을 활용한 한국의 장기적인 원전 인재 육성 경험을 공유받기를 희망했다.
“원전 넘어 AI·반도체까지”…한·베 첨단기술 협력 확대
한국은 닌투언2 원전 사업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 의사도 밝혔다. 한국 측은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 공유, 안전 확보, 전문인력 양성, 관련 산업 공급망 육성까지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으며 베트남에 대한 기술 이전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을 넘어 제조업의 AI 전환도 양국 협력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 측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조업 AI 전환을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소개하며 AI 기술 역량과 기업의 전환 의지, 기술 분야와 제조업을 연결하는 거버넌스를 주요 성공 요인으로 제시했다. 정부와 기업, AI 기업, 연구기관, 대학이 참여하는 'MX 얼라이언스' 모델도 소개됐다. 해당 협력체는 제조업 전반에 AI를 접목해 산업의 AI 전환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부 장관은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공동 주최한 제12회 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에도 참석했다. 올해 포럼에서는 '실질적인 AI 전환 협력을 통한 글로벌 디지털 번영'을 주제로 한국과 각국의 AI·디지털 전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포럼에는 베트남과 필리핀, 라오스, 부탄, 키르기스스탄, 파나마,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등 8개국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여했다. 응우옌 칵 릭 베트남 과학기술부 정보기술산업국장은 베트남의 AI 전략도 소개했다. 그는 "베트남은 정부 기관과 기업, 국민의 일상 업무에 AI를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2030년 국가 AI 전략과 2045년 비전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베트남은 2030년까지 공무원과 공공부문 종사자의 100%가 매주 AI를 활용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의 60%가 AI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공공행정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도록 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AI 주권 확보 역시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베트남은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약 500MW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최소 8개의 베트남어 기반 언어모델과 5개 이상의 범용 AI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고급 AI 전문인력 1만명 양성도 계획에 포함됐다.
아울러 베트남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공공서비스 분야의 AI 시범 적용과 양국 연구·기업 네트워크 연계를 통한 언어모델 및 컴퓨팅 인프라 개발 협력도 요청했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의 시험·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분야에서도 공동 협력을 희망했다.
이런 가운데 부 장관과 대표단은 같은 날 오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연구개발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부 장관은 반도체와 AI,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첨단소재, 바이오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공동 연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IST와 베트남과학기술연구원(VKIST), 베트남 연구기관·대학이 연구개발 인프라와 첨단 장비를 함께 활용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베트남 연구자가 KIST에서 직접 연구할 수 있도록 인력 교류를 확대하고 장기적인 석·박사 양성을 위한 'KIST 스쿨'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양측은 2026~2033년 VKIST 연구개발 사업의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오상록 KIST 원장은 "VKIST는 양국 간 특별한 협력을 상징해왔다"며 "사업이 예정대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하고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VKIST가 한국과 베트남의 연구기관과 기업을 연결하는 핵심 연구개발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한편, 닌투언 원전 사업은 베트남 닌투언성 일대에 총 4~6.4GW 규모의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1호기는 러시아가 선점한 가운데 한국은 2035년 가동 예정인 2호기 수주를 겨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수주전이 본격화됐다. 당시 한국전력은 베트남 국가산업에너지공사(PVN)와 원전 개발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규 원전 건설 방안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전도 금융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사업 추진에 필요한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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