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의 얼굴' 문 닫았다…세이부 시부야점, 58년 역사에 마침표

  • 감사·아쉬움 담은 메시지 7000건…시부야 대형 백화점 시대 저물어

  • 매출은 전성기 절반 이하…재개발 따른 임대차 협상 결렬

세이부 시부야 백화점의 폐점 기념 영상사진세이부 시부야 백화점 페이스북 갈무리
세이부 시부야 백화점의 폐점 기념 영상[사진=세이부 시부야 백화점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달 30일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일본 도쿄 시부야. 58년 역사의 세이부백화점 시부야점이 마지막 영업을 마친 뒤 셔터가 내려가자 매장 앞을 메운 사람들 사이에서 "세이부! 시부야!"를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백화점이 폐점할 때 흔히 열리는 점장 인사 같은 행사는 없었다. 손님과 주변 주민의 안전을 고려해 따로 폐점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날 매장은 개점부터 영업이 끝날 때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쇼윈도에는 폐점까지 남은 날짜를 알리는 게시판과 함께 "처음 화장품을 산 곳이 시부야점이었다",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이 많다" 같은 손님들의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폐점을 앞두고 손님들이 보낸 메시지는 모두 약 7000건에 이른다. 요코하마에서 왔다는 50대 여성은 "시부야에 남아 있던 마지막 백화점이자 거리의 상징 같은 곳이었는데 섭섭하다"고 했다. 또 다른 50대 방문객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다른 시부야로 바뀌어 가는 게 너무 쓸쓸하다"고 말했다.

세이부 시부야점은 일본 고도성장기인 1968년 4월 문을 열었다. 에르메스와 이브 생로랑 등 해외 고급 브랜드를 잇달아 들여오고 젊은 일본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소개하며 1970~80년대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열풍을 이끌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1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1986년 문을 연 별관에서는 오늘날 편집매장의 원형으로 꼽히는 매장 '캡슐'을 선보였다. 같은 그룹 계열 쇼핑몰인 파르코 시부야점과 함께 시부야를 젊은이들의 패션과 문화가 모이는 거리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버블 붕괴와 함께 내리막을 걸었다. 닛케이에 따르면 시부야점 매출은 1990회계연도 967억엔(약 831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백화점을 찾는 발길이 줄고 주변 상업시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25년 9월 결산기에는 400억엔으로 줄어 전성기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아사히신문은 2000년대 이후 의류 전문점·쇼핑센터의 증가와 온라인 쇼핑 확산을 백화점 쇠퇴의 배경으로 꼽았다. 와타나베 히로아키 유통 애널리스트는 "전국 어디서나 거의 같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여기서만 살 수 있다'며 백화점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고 했다. 임대료 부담까지 겹쳐 시부야점은 2016년 이후 적자를 이어 갔고, 최근 적자는 10억엔 규모에 이른다.

폐점의 직접적인 계기는 재개발이었다. 닛케이에 따르면 세이부백화점 운영사 소고·세이부는 시부야점의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주력 매장을 빌려준 토지·건물 소유주가 독자적인 재개발을 계획하면서 임대차 계약 연장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소고·세이부는 올해 3월 하순 소유주로부터 재개발을 위해 매장을 비워 달라는 통지를 받았으며, 임대차 계약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문을 닫은 곳은 화장품·여성복·식품 등을 팔던 A관과 남성복 등을 다루던 B관, 주차장 건물이다. 생활잡화점 로프트가 들어선 로프트관과 무인양품이 입점한 모비다관은 영업을 이어가지만 '세이부 시부야점' 간판은 내려간다. 소고·세이부는 직원 230명을 다른 매장 등으로 재배치해 고용을 유지한다.

소고·세이부는 앞으로 이케부쿠로 본점 등에 경영 자원을 집중한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6월 가전매장 요도바시카메라가 매장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로 입점한 이케부쿠로 본점은 고급 브랜드와 화장품, 식품관을 강화해 실적 회복을 꾀한다. 2028년까지는 요코하마점·히로시마점 등 주력 4개 점포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총투자액은 100억엔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재개발이 이어지면서 시부야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도큐백화점 도요코점과 본점도 2020~2023년 잇달아 문을 닫았다. 아사히에 따르면 다하라 유코 고쿠가쿠인대 교수는 시부야가 2000년대 이후 관광객과 정보기술(IT) 기업이 모이는 소비와 비즈니스의 거리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패션의 거리로서의 역사가 지금 시부야의 강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부 시부야점은 문을 닫았지만, 이곳이 남긴 '유산'은 새로운 형태로 시부야에 남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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