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의 최대 2000억달러(약 272조5000억원) 규모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알래스카 LNG 사업과 미국 내 대형 원자력발전소 8기, 텍사스 가스발전소 건설을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 가운데 알래스카 LNG에 500억달러 이상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행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는 투자 규모가 540억달러로 명시됐다. 러트닉 장관은 "이들 프로젝트는 미국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전액 자금을 대고 비용을 부담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투자 여부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국 측은 텍사스 가스발전소를 첫 투자 사업으로 선정했지만 알래스카 LNG와 원전 사업은 추가 협의 대상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날 백악관 발표 행사에도 한국 정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전체 사업비는 445억∼545억달러로 추산된다. 글렌파른그룹이 사업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으며 알래스카주가 나머지 25%를 갖고 있다. 연간 최대 2000만t의 LNG 생산을 목표로 올해 파이프라인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 내년 수출시설 FID를 거쳐 2031년 첫 수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사업 일정은 이미 한 차례 미뤄졌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파이프라인 FID를 내릴 계획이었지만 글렌파른이 목표로 했던 LNG 구매 계약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올해로 연기됐다.
현재 글렌파른이 한국과 일본, 대만, 태국, 프랑스 등의 기업과 확보한 LNG 공급 합의는 연간 1300만t 규모다.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추가로 300만t을 확보해야 하는 데다 기존 합의 대부분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제 구매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
막대한 건설비와 공사 여건도 부담으로 꼽힌다. 파이프라인 건설에만 132억∼169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며, 혹한과 영구동토층 등 열악한 환경에서 1300㎞에 달하는 가스관과 액화시설을 건설해야 해 사업비가 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상업성 회의론
로이터는 이 같은 비용 부담으로 LNG 업계에서 알래스카 LNG의 상업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비가 늘어나면 LNG 판매 가격도 높아져 미국 멕시코만 연안이나 캐나다의 LNG 프로젝트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 완료 시점을 두고도 시각차가 있다. 브렌던 듀발 글렌파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백악관에서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3년이 걸리며, 자금 조달이 이뤄지는 즉시 착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착공 후 3년이면 알래스카에 가스를 공급하고 이후 약 2년 뒤부터 LNG 수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추진에 관여했던 래리 퍼실리는 북극권에서 대형 가스관을 건설하려면 막대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고 자재 반입과 공사가 가능한 기간도 계절적으로 제한된다며 이 같은 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퍼실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관심을 끌고 헤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처럼 들린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정부 관계자가 발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어떤 정부나 민간기업이 54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하고도 발표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천연가스를 개발하려는 구상은 1968년 가스전 발견 이후 반세기 넘게 이어져 왔다. 엑손모빌과 BP, 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석유업체들도 사업에 참여했지만 막대한 비용과 경제성 문제로 사업은 장기간 지연됐다.
수십 년간 진척이 더뎠던 사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다시 힘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를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와 아시아 동맹국과의 교역을 강화할 핵심 사업으로 내세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지난 50년간 정치인들은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에 대해 이야기해왔다"며 사업 추진을 자신의 성과로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나왔다. 알래스카에서는 이 사업을 오랫동안 지지해온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메리 펠톨라 전 하원의원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에서 설리번 의원을 거듭 치켜세우며 "이 파이프라인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상원의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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