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영화와 무관한 곳까지 번지고 있다.
'암살자(들)'에서 사회부 기자 역을 맡은 이민호의 SNS에는 "이런 영화에 출연하다니, 형 실망이야" "역사왜곡인 줄은 알고 출연한거냐"는 댓글이 달렸다. 세계 각국 언어의 팬 댓글로 채워지던 그의 SNS에 이런 악플이 쏟아진 건 이례적이다.
또 다른 주연을 맡은 유해진이 지난 16일부터 모델로 나선 버거킹 신메뉴 광고는 일부 누리꾼의 계약 해지 요구가 빗발치며 30일 기준 유튜브 댓글 창이 막혔다.
영화 출연진뿐만 아니라, 영화를 호평하거나 리뷰를 남긴 이들에게도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 리뷰 영상을 올렸는데, 7000여개에 달하는 악성 댓글이 달리자 제작진은 29일 "영화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구독자 417만명의 영화 유튜버 지무비가 올렸던 관련 영상도 채널에서 사라졌는데, 이번 논란과의 직접적 관련은 확인되지 않았다.
배우 이영애와 김고은은 영화 제작진이 공개한 VIP 시사회 추천사에 각각 "짜릿하게 감동적으로 잘 봤습니다. 허진호 감독님 최고", "현재에 대한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고 적었다. 이후 두 사람의 SNS에는 정신 차리라거나 "역사 왜곡 영화에 짜릿하다니요" 등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이영애는 2001년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허진호 감독과 배우로 인연을 맺은 사이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문세광의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시도로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극 중 일부 인물이 당시 정권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면을 두고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지난 28일 상영 중단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관람객과 온라인 여론 사이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30일 기준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8.2점인 반면, 네티즌 평점은 2.2점에 그쳤다. 실관람객 평점 참여자는 1737명인 데 비해 네티즌 평점 참여자는 5만9000여명에 달했다. 실관람객 평점은 예매·관람 인증을 거쳐야 매길 수 있고, 네티즌 평점은 관람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남길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29일 공지를 통해 "최근 일부 영화에서 관람평이 중복 등록되거나 공감·비공감 수가 중복 집계되는 현상이 있었다"며 긴급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영화명은 특정하지 않았지만, 시점상 '암살자(들)'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콘텐츠에 대한 정치적 해석 차이가 관계자 개개인을 향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번지면서, 창작과 비평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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